LG그룹이 이달 말 이사회에서 LG상사와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의 계열분리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본준 LG그룹 고문 중심의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LG그룹은 4세 경영체제로 전환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계열분리를 통해 LG그룹은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전자와 화학 등 주력사업과 자동차부품 등 신성장동력 분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전망이다.
◇'전자+화학' 중심 사업구조 재편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계열분리를 통해 가지고 나갈 회사는 LG상사,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이다. 여기에 실리콘웍스와 LG MMA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들은 그룹 주력인 전자와 화학과는 거리가 있다.
LG상사는 그룹 해외 물류를 맡는 판토스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판토스는 그동안 LG전자와 LG화학 등 그룹내 거래 비율이 60%에 달해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문제로 논란이 있어 왔다. 이번에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LG하우시스는 2009년 LG화학의 산업재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만든 건축 자재, 자동차 소재 기업이다. LG전자를 비롯한 계열사와 일부 협력사업이 있지만, 그룹 주력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번 계열분리 방안이 LG그룹 핵심인 전자와 화학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긍정적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광모 회장 체제 박차…불확실성 해소
계열분리는 그룹 경영상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LG그룹은 경영권이 후대로 이어질 경우 선대 회장 형제들이 계열분리를 통해 독립하는 전통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구광모 회장 체제가 되면서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계열분리 방안이 계속 관심을 받아왔다.
2018년 구본준 고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시점에 맞춰서는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이 거론되기도 했으며,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과 LG이노텍을 묶어서 분리하는 방안도 회자됐다. 2019년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앞두고도 계열분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이런 일련의 논의는 모두 LG그룹 경영에는 불확실성이었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 3년 동안 그룹 경영체제 안정화를 이룬 만큼, 올해가 계열분리 숙제를 마무리하면서 그룹경영 안정화를 꾀할 좋은 시점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분리는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었고, 올해 이 작업이 마무리된다면 LG그룹 경영에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인사&조직개편 변수로
올해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연말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 폭이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올해는 인사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사장단 이상 고위 인사 변동이 컸고, 새로운 임원들이 배치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안정을 택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로 구 회장 취임 전 6인의 부회장 체제에서 현재는 권영수 ㈜LG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4명의 부회장단으로 압축됐다. 재계는 이들 모두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계열분리는 예상보다 큰 변수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 중 일부는 계열분리하는 회사로 이동하고, 반대의 이동 역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구 고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CEO와 임원의 이동이 예상된다. 이 경우 다른 계열사 핵심 경영진까지 연쇄 이동이 예상되고, 계열분리되는 회사의 CEO와 주요 임원 역시 교체가 유력하다.
LG그룹은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에서 주요 경영진 인사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LG상사-LG하우시스-판토스 계열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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