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한진칼 경영권 분쟁 중인 사모펀드 KCGI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면 조 회장 경영권 방어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유증에 제동을 걸기 위해 법적 대응도 검토 중에 있다.
KCGI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의 지분 단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KDB산업은행을 통한 막대한 혈세 투입과 다른 주주들의 희생 하에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표된 자금 조달액은 한진그룹이 보유한 빌딩 1~2개만 매각하거나, 기존 주주의 증자로도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며 “굳이 3자 배정 유증과 교환사채(EB) 인수라는 왜곡된 구조를 동원하는 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CGI는 반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연대해 '3자 연합'을 구성, 조 회장과 지분 싸움을 하고 있다. 우호 지분을 포함한 지분율은 3자 연합이 46.7%, 조 회장 진영은 41.4% 수준이다.
산은은 5000억원 규모의 한진칼 3자 배정 유증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의결권이 있는 10.66%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3자 연합과 조 회장 지분율은 각각 42%와 37%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된다. 3자 연합 지분이 낮아질 뿐 아니라 산은이 조 회장 진영에 서게 될 우려도 있다.
KCGI는 주요 주주지만 한진칼 이사회의 유증 결의를 막지 못한 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자리를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CGI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을 결정한 게 정관 위배라고 보고 신주 발행을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 및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 등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KCGI는 “부채 12조원과 자본잠식상태의 아시아나항공을 실사 등의 절차와 충분한 논의 없이 인수하는 건 조 회장이 국민의 혈세로 10%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결과만 낳을 뿐 다수의 다른 주주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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