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통부(DOT)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이동통신기반차량사물통신(C-V2X) 단일 표준 표결 추진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18일(현지시간) 표결을 앞두고 미국 정부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능형교통체계(ITS) 대역 관련 웨이브(WAVE)와 C-V2X 진영 간 경쟁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 결정은 우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DOT는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에게 FCC 재할당안이 실행 불가능하고 교통안전에 심각한 저해를 가져온다는 내용의 서한을 최근 보냈다. FCC는 5.9㎓ 대역 주파수 용도 변경안 규칙제정공고(NPRM)를 확정하고 표결에 부친다. 변경안은 차세대 ITS 표준으로 웨이브(미국은 DSRC)를 배제하고 C-V2X로 단일화하는 것이다. 대역폭도 현재 75㎒에서 30㎒로 축소하고, 30㎒ 전부를 통신 계열 기술인 C-V2X로 채택하는 안이다.
DOT는 FCC의 단일안과 대역폭 축소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총 27쪽에 이르는 서한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FCC 재할당안이 대역폭을 절반 이하로 줄여 교통안전은 물론 V2X 기술 개발과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DOT는 C-V2X가 아직 검증 전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웨이브 기반 V2X는 미국, 한국, 유럽 등지에서 시범사업과 실증사업을 통해 오랜 기간 사용됐다. C-V2X는 시제품만 나온 정도로 실증이 필요한 상태다. DOT는 안전 문제에 우려를 표하면서 웨이브 배제와 C-V2X 전환에 따른 비용 문제도 지적했다.
미국 행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FCC 행보에 제동을 건 상태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후보자의 대통령 선거 승리 이후 파이 위원장에게 논란이 되는 정책에 관해서는 추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FCC 의사결정 구조는 공화당에 유리하지만 18일 표결하는 NPRM이 첫 개정안인 만큼 다음 단계에서 뒤집어질 수 있다. 내년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FCC 구성원이 민주당 위주로 바뀔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규칙이 통과한 후에도 관보 고시 후 탄원서 제출을 받아 개정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내년 2월 중순에야 1차 규칙개정이 발효된다.
미국의 움직임에 우리 정부와 관련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 역시 웨이브와 C-V2X를 두고 논쟁이 치열하다.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웨이브와 C-V2X가 공존하는 방식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롱텀에볼루션(LTE)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국토부는 LTE 검증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를 건너뛰고 향후 5세대(5G) 이통 기반으로 직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와 통신업계는 5G-V2X 상용화 이전 LTE-V2X 실증을 통해 웨이브와의 병행 사용이 가능한지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