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올해도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인사의 최대 변수다.
현재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은 올해 안에 결심공판, 내년 초 선고공판이 예상돼 결과에 따라 삼성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은 통상 12월 첫째 주에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고, 이후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다만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이후 인사가 해를 넘긴 적이 있었고, 지난해 인사도 해를 넘겨 올해 1월에 실시했다. 때문에 올해도 12월이 유력하지만, 연기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인사를 미룰 특별한 요인이 없고, 사법 리스크는 이미 수년 째 겪고 있기 때문에 12월에 실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올해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첫 인사에서 이 부회장이 변화폭을 얼마나 가져갈지 여부다. 그동안 '뉴삼성'으로 변화를 시도해 온 것처럼 세대교체 기조는 이번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 회장 별세 후 얼마 지나지 않았고, 재판 등을 감안할 때 급격한 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삼성의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성과가 있는 곳에는 승진 등 보상이 뒤따를 것으로 점쳐진다.
그룹 맏형인 삼성전자는 올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적을 냈다.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장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 사장의 3인 대표이사 체재가 3년째이지만, 성과가 좋고 사법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유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임원들의 승진폭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S부문은 반도체 회복세와 함께 반등을 이뤘고, CE부문은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냈다. IM부문도 부진했던 스마트폰 사업이 살아나면서 호실적을 거뒀다.
전자 계열사도 성과가 좋아 변화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 CEO는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분위기 쇄신과 삼성의 60세 퇴진 룰 등을 감안할 때 세대교체 인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계열사는 최고위급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은 올해 초 인사에서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의 대표이사를 교체한 바 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지만, 이미 수년 째 실질적 총수 역할을 수행해왔고 직함만 바꾸는 것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내·외부의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올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자 계열사, 금용 계열사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았다”면서 “'신상필벌'이라는 원칙에 따라 성과가 있는 조직에는 승진과 조직 확대 등을 통해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