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차량사물통신(V2X) 기술 방식으로 이동통신기반차량사물통신(C-V2X)을 채택했다. 〈본지 11월 4일자 2면 참조〉
V2X 표준 헤게모니 쟁탈전을 전개한 C-V2X와 웨이브(DSRC) 간 미국 내 경쟁이 일단락됐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C-V2X를 단일 표준으로 채택한 두 번째 국가다.
미국의 행보에 따라 V2X 표준 기술 방식 선정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의 의사결정에도 적잖은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보다 앞서 EU는 웨이브를 표준으로 입법화하려 했지만 EU 각료이사회 표결에서 최종 부결됐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8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행정규칙 개정을 위한 공개위원회를 개최하고 5.9㎓ 대역 주파수 용도 변경(NPRM) 방안을 가결했다. FCC는 5인 위원 만장일치로 원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가결된 주파수 용도 변경 방안은 5.9㎓ 대역 75㎒ 폭 용도를 차세대 와이파이와 C-V2X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상위 30㎒ 폭은 C-V2X 용도로만 분배하고 하위 45㎒ 폭 채널은 차세대 와이파이를 중심으로 비면허대역 서비스 용도로 분배한다.
웨이브는 하위 45㎒ 폭 채널에서 1년의 유예 기간을 둔 후 자리를 비워야 한다. 상위 30㎒ 폭에서도 추후 논의 후 완전히 배제된다. 즉 지난 20여년 동안 5.9㎓ 대역을 점유한 웨이브는 점진적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FCC가 NPRM을 고시한 이후 미국 교통부(DOT) 등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개진됐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웨이브가 그동안 지능형 교통시스템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 반면에 셀룰러 기반의 C-V2X 기술이 대두되며 빠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아지트 파이 FCC 의장은 “웨이브 기술 기반의 유닛을 장착한 차량은 미국에서 1만5000여대에 불과하다”면서 “그동안 웨이브 기술이 주변에만 머물러 있었다”고 지적했다.
파이 의장은 “코로나19로 원격 교육, 원격 회의 등에 필요한 비면허 대역 주파수를 긴급하게 할당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더 이상 5.9㎓ 대역의 비효율 사용을 용인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FCC가 V2X 표준 기술 방식을 C-V2X로 확정함에 따라 EU 등 세계 각국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파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C-V2X와 웨이브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는 우리나라도 미국 결정이 일정 부분 정책 결정의 준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관련 부처 간 입장 차가 뚜렷해 향후 논쟁이 가열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플러스 스펙트럼 플랜'에서 오는 2021년까지 5.9㎓ 대역 통신 방식을 결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기정통부는 C-V2X를 미래 핵심 기술로 바라보는 반면에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실증한 웨이브 중심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미국 FCC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됐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C-V2X가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 정책은 각국의 기술 등 다양한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웨이브 기술 중심으로 정책이 구현되는 게 효율적”이라고 반박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美 FCC, 주파수 재할당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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