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영상회의, 재택근무 등 비대면 관련 서비스 도입이 본격화됐다. K-비대면 바우처 사업은 정부가 스타트업·중소기업 비대면 솔루션 도입을 지원하고, 비대면 솔루션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SW) 기업 성장을 이끌기 위해 기획됐다. 정부 지원을 받아 비대면 솔루션을 도입하는 수요기업과 비대면 솔루션을 판매하는 공급기업 모두 사업에 긍정 평가를 내린다. 향후 사업 지속을 위해 정부 안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요기업, 비용 절감과 디지털 전환 모두 얻어
정부는 올해 8만개 기업에 비대면 바우처를 제공한다. 수요 기업에 선정되면 비대면 서비스 도입·활용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최대 400만원(자부담 10% 포함)을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다.
정부는 비대면 솔루션 도입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한 해 바우처를 지급한다. 수요기업은 △영상회의 △재택근무 △에듀테크 △네트워크·보안 △돌봄 서비스 등 분야별로 원하는 바우처를 금액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실제 이번 바우처 수요기업에 선정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비대면 바우처 사업으로 비용절감, 디지털 기술 도입 등 효과를 얻었다는 반응이다.
온라인 도소매업을 진행하는 A사는 직원 수가 6명인 스타트업이다. A사는 비대면 바우처 수요기업에 선정돼 재택근무 분야 솔루션을 도입했다. 솔루션 도입 후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A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최대한 비용을 줄이는 분위기”라면서 “비대면 바우처 사업으로 지출은 최소화하면서 업무 효율성은 높이는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게 돼 직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에서 독서실 운영 사업을 진행하는 B사는 수요기업으로 선정돼 재택근무 솔루션을 도입했다. B사는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독서실 확장을 준비했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확장은 어렵게 됐지만, 상황이 풀리자마자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독서실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비대면 바우처 사업에 신청했다. B사 관계자는 “솔루션을 도입한 지 한 달가량 지났는데 이전보다 독서실 관리 등 효율성이 더 높아졌다”면서 “이번 경험을 잘 축적해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더 체계적으로 독서실 확장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쎌바이오텍은 비대면 바우처 사업 수요기업으로 지정된 후 네트워크 접근제어(NAC) 솔루션을 도입했다. 쎌바이오텍은 고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 한국형 균주 개발과 생산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다. 쎌바이오텍은 사내 자산 보안 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비대면 바우처 사업을 접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보안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데 정부 지원 사업 덕분에 불안함을 해결하는 보안 솔루션을 도입하게 됐다”면서 “사내 보안성이 강화 돼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급기업, '제2의 줌' 꿈꾼다
비대면 바우처 사업은 정부가 별도 심사 등을 거쳐 솔루션 공급 가능 기업을 선정한다. 이번 사업에는 300여개 기업이 공급기업으로 선정됐다. 공급기업은 대부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으로 비대면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기를 바란다.공급기업으로 선정된 스타트업 대부분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실제 시행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효과를 실감하는 기업이 많다.
엠플레어는 '돌봄서비스' 분야 공급기업으로 선정됐다. 엠플레어는 지난해 10월 부모가 책을 읽어 주기 힘든 환경에서 대신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동화책 등 읽고 싶은 책 카드 한 장을 기기에 넣으면 TV에서 관련 책을 읽어주는 영상이 재생된다. 해외에서도 획기적 서비스로 인정받았지만 올해 초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하면서 영업이 어려워져 제대로 제품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김남욱 엠플레어 대표는 “2∼3년간 투자 끝에 개발한 제품이라 기대가 컸는데 코로나로 인해 판매가 어려워 직원까지 모두 정리할 상황이었다”면서 “비대면 바우처 사업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마케팅이 가능해졌고 덕분에 제품 판매 한 달 만에 지난해보다 5배 이상 판매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대전에 위치한 스마트에스엔은 '재택근무(협업툴)' 분야 공급기업으로 선정됐다. 스마트엔은 간단한 사용자 지정 URL을 사용해 사용자를 회의에 초대하거나 영상회의 중 메시지나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영상회의 도구를 서비스한다. 스마트에스엔은 10여년 전 처음 영상회의 솔루션을 개발했으나 당시 영상회의 관심이 적어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러다 몇 달 전 대전 한 공공기관이 영상회의 솔루션 맞춤형 개발을 의뢰하면서 제품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비대면 바우처 사업을 접하고 신청, 공급 기업에 선정됐다. 임수남 스마트에스엔 대표는 “비대면 바우처 공급기업으로 선정된 후 바우처 플랫폼 사이트 등에 소개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상회의 솔루션과 기업을 알릴 수 있게 됐다”면서 “세계적 영상회의 솔루션으로 주목받는 '줌'과 거의 모든 기능이 유사해 이번 비대면 바우처 사업으로 얻는 자금,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제2의 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안 중소기업 C사는 비대면 바우처 사업으로 SMB(중소기업) 시장을 공략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C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 시장만 주력하다 보니 SMB 시장 공략 시기를 놓쳤다”면서 “비대면 바우처를 이용하는 고객 대부분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인 만큼 이번에 이들에게 제품을 알리고 SMB까지 시장을 넓히는 기회를 만들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