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산업계 압력에 한발 물러선 구글...“한국은 신규앱 '인앱결제' 유예”

내년 9월로 의무적용 시기 늦춰
한국만 이례적으로 연장 조치
국회 "구글 법안은 지속 추진"

국회 과방위. 사진=전자신문 DB
국회 과방위. 사진=전자신문 DB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자사결제수단(인앱결제) 의무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이례로 한국에만 적용하는 조치다. 애플 수수료 인하와 더불어 최근 구글 정책을 놓고 펼쳐진 산업계와 국회 전방위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23일 “한국의 경우 신규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한 구글빌링시스템 의무 적용 유예 기간을 오는 2021년 9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초 구글은 신규 앱의 경우 내년 1월 구글빌링시스템을 적용하고 기존 앱의 경우 9월 이후 적용할 계획이었다. 한국만 별도로 1개월 앞으로 다가온 신규 앱 정책 적용을 미루고 기존 앱과 함께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구글은 “한국 개발자들이 관련 정책을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2021년부터 시행될 '크리에이트(K-reate)' 프로그램 관련 프로모션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면서 “구글은 건강한 모바일 앱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한국 개발자들이 세계적으로 비즈니스를 성장하고 성공시킬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산업계와 국회는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수수료 15% 인하를 결정한 애플에 버금가는 수수료 인하 정책을 통해 국내의 건강한 앱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구글의 조치는 과방위와 더불어 여야의 구글을 향한 지속적 촉구로 인해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구글이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무엇보다 중소 앱 개발자의 성장을 통한 건강한 모바일 앱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 “과방위 위원들과 함께 국내 앱 개발사와 앱 이용 고객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예의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 역시 구글 조치를 반겼다.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구글이 국내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상생 차원에서 개방적 생태계 정책을 계속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도 “구글이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정책을 유예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1000억원 규모 지원 사업 크리에이트 등이 다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구글의 이번 조치가 자칫 국회 입법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의 힘을 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최근까지 구글 자사결제수단 강요를 제재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을 논의해왔다. '1월 적용'이 미뤄진 만큼 국회 입법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동등접근권' 등 관련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한준호 의원은 “구글 관련 법안을 낸 이유는 그들이 가진 독과점 시장 내 권력 행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사전·사후규제 개념을 포함한 다수 법안이 제출돼 있고, 구글 독점을 견제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입법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