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반도체 시대다.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기기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반도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포스트 코로나'는 시스템 반도체 확산에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비대면 문화와 경제 활동 증가로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수요는 코로나19에도 오히려 증가 추세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도 분주하다. 기존 대기업에 의존한 사업 모델을 탈피, 새롭게 열리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부도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향후 10년 내 한국이 '시스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IT기기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빛과 소리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센서, 사람의 두뇌처럼 각종 정보를 연산하고 처리하는 프로세서, 기기 내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력반도체가 대표적 예다.
시스템 반도체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60%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수요자 맞춤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D램, 낸드플래시보다 시장 영향을 덜 받는다는 특징도 매력적이다.
이런 시스템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근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면서 보다 고도화한 칩을 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굴지의 반도체 업체들은 대규모 인수 합병으로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제품군 보강을 노리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 기술로 AI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엔비디아는 멜라녹스와 ARM을 인수했다. 미국 AMD는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업체 자일링스를 사들였다.
아울러 반도체 기업이 아닌 거대 IT업체가 직접 칩 개발에 나서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페이스북은 자체 증강현실(AR) 제품 칩 설계에 한창이다. 구글과 중국 바이두 등 IT 공룡들도 신규 사업용 독자 개발 칩을 생산하기 위해 분주하다. 고객사 칩을 대신 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간 7나노(㎚) 이하 첨단 칩 생산 기술 대결이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각지에서 시스템 반도체 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한국 반도체 생태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주도의 메모리 반도체 위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반면에 한국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1% 안팎이다. 2000년대 초 스마트폰 붐으로 호황을 누렸던 우리나라 업계는 제한된 수요로 인한 매출 감소, 메마른 국내 인력 풀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은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특히 국내 스마트폰 및 가전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이들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웨어러블 및 IoT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차세대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을 선언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을 중심으로 고객사에 각종 설계자산(IP) 제공과 디자인을 대신하는 회사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디자인 하우스'로 불리던 업체들은 팹리스의 설계 작업 일부를 돕는 과거 모델에서, 독창적 아이디어를 칩으로 구현하는 설계 기술을 가진 솔루션 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정부도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또 AI 시대에 대응하는 고성능 지능형 반도체 제조사를 육성하기 위해 10년간 1조원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부족한 설계 인력 양성과 고가의 설계자동화(EDA) 툴 지원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신문은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도약을 꿈꾸는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을 조망했다. 독창적 칩 설계뿐 아니라 탄탄한 디자인 솔루션, 설계자산(IP)으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미래를 책임질 업체들을 소개한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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