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한민국 금융 산업에 데이터 기반 '오픈 파이낸스' 빅뱅이 일어난다는 전망이 나왔다. 주거래 은행에서 주거래 채널, 조회·이체 등 기능 중심 채널은 자산관리 등 정보 중심 플랫폼으로 각각 진화한다. 이상래 NH농협은행 부행장은 26일 전자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1회 스마트금융 콘퍼런스 기조연설 강연자로 나서서 “금융 생태계가 송두리째 바뀔 것”이라면서 “금융 산업을 필두로 업권 구분이 사라지는 무한경쟁 시대가 왔다. 데이터경제 서막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이 부행장은 키노트를 통해 마이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 금융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이라면서 사업 준비를 위한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공개했다. 이 부행장은 “과거 금융사는 영업 지점에 고객과 친한 직원이 얼마나 있는지, 금융 상품 이자가 저렴한지와 함께 높은 금리가 경쟁력 척도였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각 금융사가 고객 자산관리 등 컨설팅까지 할 수 있는 플랫폼 보유 여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금융사 간 경쟁을 넘어 빅테크, 핀테크, 커머스 기업까지 마이데이터를 매개로 경쟁적인 데이터 기반 사업에 뛰어들어 이른바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부행장은 사업을 위한 핵심 요소로 △데이터분석·표준화 역량 △이종 데이터와 업종을 연결할 수 있는 종합 디지털 플랫폼 확보 △고객 중심 데이터 플랫폼 준비(경쟁력 있는 차별화 서비스) △정보 주체의 권익 보호 장치 △안전한 활용을 위한 기술 확보를 꼽았다. 주거래 은행이 아닌 주거래 채널 초개인화를 목표로 한 알고리즘 기반 마케팅이 시작되고, 고객 가치 제고를 위한 플랫폼과 데이터 역량 보유 여부가 마이데이터 산업 시대에 생존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외 각국은 인공지능(AI), 바이오,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핵심 성장 기반 마련에 데이터라는 시드머니를 구체적으로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이 부행장은 평가했다. 이 부행장은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보호 및 활용 규정인 GDPR, 은행이 보유한 계좌정보 공개형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제공을 의무화한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을 통해 개인정보 주체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고 소개했다. 또 영국은 고객과 금융상품 정보 개방을 의무화했고, 호주도 소비자데이터관리(CDR) 제도를 통해 데이터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도 민·관 협력을 통한 스마트공시 서비스를 선보이며 금융권 중심으로 시장의 자발적 정보 공유 추진 시스템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행장은 우리나라는 오픈뱅킹을 시작으로 오픈 파이낸스를 핵심 축으로 하는 마이데이터 진흥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객 입장에서는 하나의 플랫폼을 통한 완결성 있는 통합금융 서비스 요구가 거세지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부행장은 업종 간 파괴도 예상했다. 이업종 간 비즈니스 벽은 무너지고 이제 플랫폼 기반 사업 경쟁이 더욱 심화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행장은 “고객 접점 기반 채널과 상품 공급자가 양분화될 것”이라면서 “빅테크와 유통, 전통금융사 등 이종 플레이어 간 경쟁과 협업이 동시에 발생하는 '적과의 동침'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행장은 농협은행의 온 디바이스 전략도 공개했다. 현재 농협은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행장은 “데이터 산업 핵심은 다양한 데이터의 상호 연결, 즉 서비스 간 융합과 연계”라면서 “농협은 다른 금융사와 달리 하나로마트 등 유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전 지역과 전 연령층을 커버할 수 있는 상생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제11회 스마트금융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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