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91>목표에 집착해서 잃는 것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lt;191&gt;목표에 집착해서 잃는 것들

“시험에 합격했어요.” 오래 준비해 온 국가고시에 합격한 기쁨으로 온 가족이 행복한 것도 잠시뿐 시험공부에 상한 몸을 추스르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자신이 한심하다. 목표를 향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온 결과의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단순한 목표 달성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lt;191&gt;목표에 집착해서 잃는 것들

경영학 수업 시간에 '기업은 매출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함이 목표'라고 배웠다. 그러나 무리수를 두고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는 기업이 성공이라고 평가될지는 의문이다. 지속 성장의 씨앗을 먹은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고객을 우선하겠다고 다짐하는 기업들이 소유권 분쟁으로 예기치 못한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목표 달성에만 목매지 말아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편협한 정치인들은 자신이 휘두르는 칼에 다치는 국민을 생각지 않는다.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정의는 목표 달성에 있지 않고 박수를 치는 이의 숫자에 있음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요즈음 패싸움과 상처 주기에 몰두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많은 사람이 지치고 불안해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권력자는 진실을 담은 박수가 주위에 많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차마 코로나19가 가져온 고통으로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평범한 국민을 모르는 척한다면 진정한 지도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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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항만을 짓거나 터널 공사를 할 때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공사 도중에 목숨을 잃은 경우가 여럿 있었다. 심지어 지금도 무리한 작업으로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치 정상에 올라서 만족하기 위해 등반 도중에 발생할 수도 있는 사고를 무시하는 경우와 같다. 공기를 며칠 늦추거나 안전을 위해 조금만 더 투자하고 조심하면 나머지 절반의 성공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목표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있다.

학교에서 시험 성적으로 성패를 결정하는 교육을 받아 온 우리에게 점수 이외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남의 답안지를 가로채서라도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에게 내신은 전부다. 대학에서 성적과 논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가르쳐야 한다. 다행히 기업이 성적을 기준으로 직원을 채용하던 시대가 지나고, 경험과 인성을 더 중요시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머지않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채용과 평가 시스템 도입이 성적 이상의 것들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SW)의 단순한 구현을 목표로 삼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작동이 우수해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이 유효성만큼이나 부작용과 독성을 까다롭게 점검하는 만큼 SW도 정보 보안성과 안전성에 결함이 있으면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 선진국에서 SW공학을 전공한 대기업 임원이 SW가 부실함을 변명하던 푸념이 강하게 와 닿는다. “충분한 시간과 인력이 있으면 왜 안전성과 보안성을 외면하겠어요. 우리에게는 납기 날짜가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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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달성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과 함께 하나를 이룰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절반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송두리째 잃는 우매함은 피해야 한다. 차라리 조금 늦게 도착하거나 심지어 목표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과정과 부작용을 살피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