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양대 항공사 통합에 혈세 투입 최소화해야

[기자수첩]양대 항공사 통합에 혈세 투입 최소화해야

정부가 8000억원을 들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통합이 되는 건 아니다.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아직 남은 과제가 산재해 있다. 대한항공이 진행하는 2조50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성공해야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이 마련된다. 한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의 경쟁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 등도 받아야 한다.

양사 통합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이뤄진다.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대금 납입 날짜도 내년 6월 30일이다. 이전까지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다. 정부가 내년에 수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을 검토하는 이유다.

그러나 기안기금 투입을 최소화해야 국민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있다. 이미 국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3조5400억원,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양사 통합으로 세계 7위 규모의 항공사가 탄생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를 제외하더라도 보유 항공기는 260대(대한항공 177대, 아시아나항공 83대)로 늘어난다. 어디까지나 항공 수요가 호황일 때 얘기다. 암울한 항공 수요 전망을 고려하면 대규모 기단은 고정비 부담으로 득보다 실이 커 보인다.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국제선 여객 수요는 전년 대비 84% 감소했고, 내년에는 올해 대비 51% 추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빨라야 2022년 4월에야 국제선 수요가 지난 1월 수준 회복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양대 항공사 존립과 일자리 유지를 최우선 가치에 뒀다 하더라도 혈세를 낭비해선 안 된다.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체질 개선을 병행하고, 자산 축소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보유 항공기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양대 항공사의 리스(금융·운용) 항공기가 각각 106대, 74대에 이른다. 여객 수요 회복 시점과 위약금 등을 종합 고려, 일부 항공기 조기 반납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경영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유급·무급의 휴직·휴업 기간이 늘어 임직원 고통은 커진다. 규모에 집착하지 않고 하루빨리 수익성 높은 항공사로 거듭나야 혈세 투입도 최소화할 수 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