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인 디스토션 사운드와 차분히 스며드는 듯한 보컬로 8090세대 슈게이징 음악의 맥을 잇는 록밴드계 숨은 강자 '셔츠보이프랭크(Shirts Boy Frank)'가 다채로운 록컬러가 더해진 새 앨범으로 코로나로 지친 대중에게 신선하면서도 통쾌한 자극을 전한다. 최근 셔츠보이프랭크와 신보 'LAME' 발매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셔츠보이프랭크는 안덕근(리더 및 보컬, 기타), 황승민(리드기타), 김태준(베이스), 최하림(드럼 및 아트) 4인조로 구성된 인디 록밴드다.
2017년 11월 첫 EP '내 무른 행복 곁에 남은 방'으로 사이키델릭과 드림팝, 슈게이징 조합 스타일로 나선 이래로 2018년 6월 싱글 'Swallow'와 같은 해 8월 두 번째 EP '아무도 모르게 피어난' 등 몽환적이면서도 날선 음악의 정수를 완성도 있게 보여왔다. 지난해 JTBC '슈퍼밴드' 출연 이후 올해 11월 검정치마와 nokdu 소속사인 BESPOK와 계약을 맺고, 더욱 대중적으로 폭넓게 다가서고 있다.
앨범 LAME은 '아무도 모르게 피어난' 이후 2년 3개월 만의 신작이자 2017년 데뷔 이후 첫 정규앨범이다. '너의 도시' 'FUSE' 'FRANK' 등 트리플 타이틀곡을 비롯한 10곡 구성을 토대로 하드록, 사이키델릭, 슈게이징 등 록장르 전반의 몽환적이면서도 거친 사운드와 미학적 가사의 절묘한 조합을 서사적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셔츠보이프랭크는 인터뷰를 통해 새 앨범 LAME 속에 녹아든 본연의 음악적 가치관과 매력을 솔직하게 말하며 다양한 대중과 진한 소통을 나누고픈 마음을 드러냈다.
-'셔츠보이프랭크'라는 팀명이 독특하다.
안덕근:힙합을 좋아했던 시절 좋아했던 아티스트 '얼 스웻셔츠'와 '프랭크 오션'의 이름을 따서 언젠가는 팀 이름으로 쓰겠다고 생각했었던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밴드결성 계기는.
안덕근:시작은 스쿨 밴드였다. 드럼 (최)하림과 같은 학교 같은 과 친구였는데 당시 힙합 동아리였던 제가 하림이 속해있던 밴드동아리의 랩 삽입 연주곡을 도와주면서 우연히 밴드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후 태준과 하림을 영입하면서 밴드가 완성됐다.
-새 앨범 'LAME'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안덕근:'내 무른 행복 곁에 남은 방'과 '아무도 모르게 피어난'이라는 2장의 EP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을 마무리하는 앨범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첫 정규앨범이다.
최하림·황승민:LAME은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자, 셔츠보이프랭크의 음악과 지향점을 전달하는 앨범이라고도 볼 수 있다.
-타이틀곡이 '너의도시' 'FUSE' 'FRANK' 세 곡이다. 트리플 타이틀을 내세운 이유는.
안덕근: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에 모든 곡을 타이틀급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던 결과에 따른 것이다.
김태준:LAME 작업을 시작한 계기인 '너의도시', 제일 좋아하는 코드를 사용해 만든 'FRANK' 등은 꼭 타이틀곡이 됐으면 했다. 'FUSE'는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타이틀로 결정했다.
-몽환적 감각 속에서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부터 강렬한 록보컬까지 너의도시·FUSE 등 두 곡은 다소 마니아틱한 성향이다. 곡에 담긴 셔츠보이프랭크의 음악 컬러는.
안덕근:래퍼 시절 버릇과 독학으로 완성된 보컬이 밴드 멤버들의 연주와 어우러져 더 독특해보이는 듯하다. 두 곡은 비슷하지만 대조적인 보컬스타일과 함께 음악적인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황승민·김태준·최하림:몽환적인 사운드를 기반으로 강렬한 악기 톤과 함께 정돈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과 다양한 음악 매력을 단단하게 표현했다.
-타이틀곡 중 하나인 FRANK는 트렌디한 모던록 배경 속에 직설적인 가사와 보컬이 담겨있다. 곡에 담긴 감성과 정체성은 무엇인지.
안덕근·김태준:앞서 말했듯 전작과 이어지는 서사를 바탕으로 가사를 비틀어 'FRANK'를 완성했다. 우리의 음악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최하림·황승민:어찌보면 아주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전 앨범에 비해 체념하는 태도가 담겨있다.
-분위기가 적나라하면서도 날카로운 면이 많다. 추구하는 스타일은.
안덕근·최하림:밝지만은 않은 세상의 부분을 냉정한 시각으로 시원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을 추구한다.
황승민·김태준:강하고 자극적인 소리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노랫말이 잘 들릴 수 있게끔 만들곤 한다. 꾸준한 성장 속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 더 다양해질 것 같다.
-다양한 록 장르 속에서 취하는 장르 방향은.
김태준:현재는 얼터너티브 록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장르를 커버한다. 슈게이징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지만 LAME 작업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접하면서 장르의 다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안덕근·최하림·황승민:날카로운 기타와 층층이 쌓인 기타 노이즈로 완성하는 넓은 공간감의 슈게이징 곡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여러 록장르를 모두 사랑한다.
-밴드답게 자체 곡을 소화하는 모습이다. 곡을 만들 때 영감은 어떻게 얻는지.
안덕근:보통 소설이나 영화에서 얻은 영감과 평소에 메모해둔 아이디어들을 합쳐서 곡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황승민·최하림:여러 매체로 전해지는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모든 것에 흥미를 갖고 생각하곤 한다.
김태준: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과거로부터 영향을 받곤 한다. 또 현재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 영감이 이어지기도 한다.
-곡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어떤 것인지.
셔츠보이프랭크: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때그때 바뀐다. 아마 살아가며 겪을 다양한 경험들이 우리 음악의 메시지가 될 것 같다. 이번 'LAME'에서는 20대 동안 겪은 상실 혹은 실패와 좌절 등을 담으려 했다.
-슈퍼밴드 당시 편집되긴 했지만 유니크한 퍼포먼스와 연주로 화제를 모았다. 출연 계기와 소회는.
셔츠보이프랭크:제작진 측에서 연락을 받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심의 규정에 따라 가사를 수정하는 등 해프닝도 있었다. 다만 출연과 함께 저희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우리끼리 믿음도 돈독해진 터라 좋았다.
-데뷔 4년 차다. 록밴드 신의 '숨은 강자'로 불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셔츠보이프랭크:우리가 특출나게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묵묵히 스스로 듣고 만족할 만한 노래를 만드는 것만 목표로 해왔던 터라 '숨은 강자'라는 수식어가 낯부끄럽지만 우리의 음악을 듣고 좋게 봐주신 분들이 붙여주신 것이라 감사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라이브 무대가 적었다.
안덕근·최하림:언택트 시대에 맞게 라이브클립과 같은 방식도 있고, 유튜브 등 다양한 소통을 활용하고자 한다. 또 코로나 이후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를 대비해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김태준·황승민:음악이 결국 청자와 아티스트가 교류할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하기에 음악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앨범 활동 목표와 각오는.
셔츠보이프랭크:굉장히 오랫동안 작업에만 몰두했다. 기다려주신 분께 죄송하다. 2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결과물인 만큼 잘 들어주셨으면 한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을 만족시킬 만한 더 재미있고 신박한 음악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