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중국이 한국 게임에 판호를 부여하자 중국 시장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커졌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국내 게임에 판호를 부여하면서 현재 대기하고 있는 게임사의 추가 판호 승인과 시장 성장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선 판호 발급 지속 여부와 현지화, 규제, 질 높은 중국 게임과의 경쟁 등은 해결 과제로 남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게임의 대표 수출지였다. '미르의전설2'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가 큰 성공을 거두며 중국 게임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2017년 이후 신규 판호를 내주지 않아도 여전히 수출국 1위다. 중국은 한국 이용자와 성향 및 문화가 비슷, 서구 시장에 비해 흥행 확률이 높다.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 엔씨소프트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2017년에 판호를 신청했다. 펄어비스 '검은사막' '검은사막 모바일'도 판호 승인 대기 중이다. 각각 텐센트, 알파그룹, 스네일게임즈와 계약했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제외하고는 현지화 후 서비스가 가능한 게임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넷마블은 판호 발급 이후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에도 호재다. 스마일게이트RPG '로스트아크'는 2015년 텐센트와 퍼블리싱 계약을 했다. 현재 중국에서 사설 서버가 성행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위메이드는 중국에서 영향력이 큰 '미르' 지식재산권(IP) 정식 후속작 '미르4' 진출을 노리고 있다. 엠게임은 한한령 이후 논의가 멈춘 '진열혈강호' 진출을 다시 타진할 수 있게 됐다. 웹젠 '뮤' IP,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IP 역시 로열티 매출 외에 새 전기를 마련할 길이 열렸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동안 게임사는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리소스 투입을 꺼렸다. 대체로 현지화에는 3개월 이상 걸린다. 중국 이용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문화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원빌드 서비스를 추진해도 중국 내 규제에 적합하게 이미지, 게임 내용, 기능을 수정해야 한다. 퍼블리셔 이해관계도 계약 당시와 달라져 협의가 필요하다.
중국 게임사와의 경쟁도 쉽지 않다. 중국 게임사는 축적한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기술력을 모바일에 최적화시켰다. 거대 내수시장에서 서비스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하며 질을 높여 왔다. 지난해 중국 게임사가 자체 개발한 게임 매출 증가율은 30%에 이른다. 올해도 '원신' '명일방주' 등 시장성과 게임성을 띤 게임의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윤선학 중원게임즈 대표는 “이제 중국 게임사의 개발 능력이 한국을 뛰어넘는다”면서 “판호가 풀린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큰 시장이어서 신규 판호가 지속적으로 나올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2016년에 신청한 컴투스 서머너즈워의 외자판호를 한 차례 허용해 규제를 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운 뒤 한국 움직임에 따라 다시 빗장을 걸어 잠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과거에 비해 판호 허가량을 줄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외자판호 총량은 2017년 467건에서 2019년 185건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에는 27건만 허락했다. 소수 판호를 둘러싸고 각국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앞으로 게임 판호가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다소 무리”라면서 “중국에 추가 발급에 대해 지속해서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