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대표 전영묵)을 비롯한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자회사까지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이하 금감원 제재심)로부터 중징계 결정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과 보험업에서 마이데이터와 헬스케어 등이 최대 화두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이번 중징계 결정으로 이들 회사의 혁신 시도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대법원 판결에 기대 품었지만, 금감원 이변은 '없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제재심은 최근 진행된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에 대해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앞서 금감원은 이미 지난달 삼성생명에 기관경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대법원이 최근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 공동대표인 이 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암 보험금 청구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제재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변 없이 결과가 확정된 것이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해당 회사는 자회사 인수 및 1년간 신사업 진출이 금지된다.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5단계로 나뉜다.
제재안에는 임직원에 대해 3개월 감봉·견책 등 조치를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제재심은 지난달 26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것이다. 1차 때 시간 관계상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추가 제재심을 연 것이다.
과징금과 과태료 부과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다만 기관경고 등 제재심 심의결과는 금감원장이 전결권을 가진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이 '암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기각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변이 없는 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관경고 제재심 결과는 금감원장이 전결권을 가지지만, 과징금 등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면서 “향후 과징금 등 금융위 의결 등과 함께 공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암보험금 미지급이 발목 '잡다'
금감원은 기관경고 조치에 대해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보험업법 제127조의3)와 대주주와의 거래제한(보험업법 제111조) 위반이 적발돼 이 같은 제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법원의 판결결과를 토대로 암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하는데도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500건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핵심쟁점은 삼성생명이 다수 암 환자에게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 보험약관(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의무 위반으로 제재할지 여부였다. 이 안건을 놓고 삼성생명과 가입자 간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었다. 1990년대에는 요양병원이라는 개념이 없어 의료법이나 보험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입원이나 치료가 직접적인 암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하지만 암보험 가입자들은 연장 치료를 위한 요양병원 입원과 진료도 치료행위에 해당한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주장했다.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도 제재를 받았다. 앞서 삼성생명의 전산시스템 개발 용역을 맡은 삼성SDS가 기한을 넘길 시 배상금을 받기로 했지만, 이를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삼성SDS 이익을 위해 손해를 감수했다고 보고 대주주 거래제한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마이데이터·헬스케어 등 신성장 동력 '잃다'
기관경고 조치의 경우 금감원장이 전결권을 가지는 만큼 이변없이 공포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따라서 제재심 결정을 금감원장이 그대로 받아들이면 삼성생명은 앞으로 1년 동안 금융당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새로운 자회사 인수가 어려워지고, 마이데이터 산업 등 1년간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 진출에도 제동이 걸린다.
실제 금융당국은 삼성생명의 제재심 이유를 들어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인허가 절차를 보류했다. 제재심을 통해 삼성생명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걸려 1년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하는 신사업 진출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삼성카드의 경우 이미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삼성카드 마이홈을 제공중이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보유한 예금계좌, 카드, 현금영수증, 대출, 보험 등 금융자산을 한번에 연결해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인허가를 받지 않으면 해당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현재 기사업자로서 영위 중인 마이데이터 사업 라이선스 취득에 있어, 대주주 허가요건 심사 예외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삼성생명의 마이데이터와 헬스케어, 자산운용 등 신사업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생명의 경우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해 최근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 추진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기관경고 당사자이기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고려없이 신사업 진출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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