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온라인 배달 플랫폼의 판매 품목을 제한하는 이른바 'B마트 규제법'이 나온다. 기존 상생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의 온라인 규제 공백을 이용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식재료, 밀키트 등 골목상권 취급 품목으로 서비스를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주력 시장으로 떠오르는 시대에 이를 규제하는 것은 추세와 맞지 않다고 우려했다.
8일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안에 상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현행 상생법에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포괄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생법은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중소기업 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해서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하고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한다. 최근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이 '중개'를 넘어 'B마트·요마트'를 자체 구축해서 판매하고 있지만 온라인상에선 사업조정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B마트가 우유나 계란 등 식자재를 자체 매입해서 더 싸게 판매하면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이 불리하다. 이들 소상공인이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면서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이를 규제하지 않으면 현재는 식료품 등에 그치는 품목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봤다. 추후 배달의민족이 중개하는 '음식'까지도 자체적으로 만들어 소상공인의 사업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이 발의 예정인 'B마트 규제법'에는 △온라인 플랫폼 △온라인 플랫폼 중개 △온라인 플랫폼 중개업자 △온라인 플랫폼 판매업자 등이 규정된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업자가 물류창고별로 일정 권역을 갖고 판매 사업을 하면 해당 권역에서 동일 업종을 하는 중소기업이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신 의원실은 사업조정 신청을 할 수 있는 중소기업 규모와 이 법이 적용될 온라인 플랫폼 중개업자의 매출액 규모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
법이 발의되면 온라인 배달 플랫폼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신 의원으로부터 관련 질의를 받자 “독점 방지 문제 등을 국회와 더 소통해서 상생협력법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중기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소상공인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는 반면에 온라인 유통시장의 활황으로 온·오프라인 양극화는 계속되고 있다. 실제 B마트는 지난해 11월 서비스 개시 10개월여 만에 매출이 올해 8월 기준 약 10배(963.3%) 증가했다. 서비스 권역도 서울을 넘어 인천, 경기도 수원 및 일산(고양) 등 수도권 일부 지역까지 확대됐다.
9월 기준 B마트의 물류센터는 약 31개다. B마트로 생필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늘면서 편의점주 등 기존 지역상권의 반발도 거세진 상태다.
지난달 27일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양극화를 완화할 온라인 유통산업발전법 논의를 시작해야한다고 밝혔다. 소공연은 “오프라인의 유통단계를 뛰어넘어 제조 및 유통업체에 최저가 입찰을 강요하는 현재의 온라인 유통채널의 유통방식은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B마트 규제법'인 상생법이 발의되면 '온라인 유통산업발전법'과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서는 발의를 앞두고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시대와 맞지 않는 흐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규제는 비대면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면서 ”일부 중소상인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 전체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해 신 의원은 “코로나19로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누리지만 그 이면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판매 품목의 범위, 영업 시간 등을 조정해 양측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