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文, 정국혼란 속 대국민 홍보이벤트...정치공세 맞대응보다 '미래비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대국민 홍보행사를 마련한 것은 흩어진 민심을 한데 모으기 위한 방편으로 분석된다. 잇따른 정국 혼란에 대한 정치적 맞대응을 자제하고 코로나19 이후 성장전략, 즉 신산업 활성화를 통한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구상이 돌아선 민심을 회복하고 지지율 추락 위기를 돌파할 '히든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 지지율(국정수행 평가)은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집행 정지와 징계 청구를 발표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39%·3일)과 리얼미터(37.4%·4일), 한길리서치(38.5%·8일), 알앤써치(35.7%·9일) 등 12월 초 여론조사에서 모두 40% 벽이 깨졌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다. 대선에서 41% 득표율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기존 지지층 일부까지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리얼미터 조사(TBS 의뢰·7∼9일 전국 18세 이상 1509명·신뢰수준 95%)에선 부정평가가 58.2.%를 기록해 정부 출범 후 최고치도 기록했다.

반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응답(한국갤럽·3일)은 44%를 기록해 정권 유지 의견(41%)을 웃돌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권 후보로 설문한 조사(리얼미터·9일)에선 윤 총장이 25.8%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더불어민주당·이상 20.2%)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윤 총장 지지율이 25%를 넘긴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다.

10일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열린데다 거대야당이 최근 경제3법 등 주요 쟁점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정권 지지율 하락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답보상태였던 여야정 상설협의체 가동 등 여야 협치도 거대여당의 입법 독주로 감정만 더 상한 모양새가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분간 여여정 상설협의체 가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슈분석]文, 정국혼란 속 대국민 홍보이벤트...정치공세 맞대응보다 '미래비전'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고 선언했다. 당시 20대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을 고려해도 파격적 행보였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거대여당이 탄생하면서 야당과의 협치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야당 관계자는 “원하는 법안을 여당 혼자서 모두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여야 협치는 그저 옵션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일부 부처 개각으로 국정운영에 변화 폭을 주려했던 문 대통령 구상에도 진통이 불가피하다. 야당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열리는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인사청문회에서 강도 높은 검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외로 시선을 돌려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정권이 사활을 건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악화일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향해 '주제넘은' '망언'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힐난했다.

기대를 걸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은 코로나19 확산세로 기약없는 상황이다. 한중일 정상회담도 '진행 중'이라는 우리 측 설명과 달리 일본은 올해 개최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겉으로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다만 내부적으로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10일 생방송 중계까지 동원하며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더늦기전에 2050)' 행사를 마련한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날 행사는 방송 생중계 일정에 맞춰 저녁 시간대로 계획됐다. 대국민 홍보를 통한 붐업 조성이 목표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 역점과제로 밀고 있는 한국판 뉴딜을 비롯해 탄소중립 등 혁신성장을 통한 미래비전을 국민과 공유하며 코로나19, 정국혼란 등에 지친 민심을 어루만지겠다는 계산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은 1년여간의 국정목표는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을 통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으로 모아진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평소 강조한 대로 정책 속도전과 함께 국민이 실제 체감하는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정책을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한 부분도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민생문제 해결이 그 중심이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현 정국혼란은 파급력이 커 블랙홀처럼 모든 현안을 빨아들일 수 있다”면서 “추가 개각,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 아직 쓸 카드는 있지만 산업경쟁력 확보를 통한 경제 활성화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민심을 향한 정도(正道)”라고 강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