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노력에도 정국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당의 입법 강행까지 펼쳐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협치는 공염불이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경제 3법 등 주요법안을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야당은 물론 또 다른 정책파트너인 경제계 반발까지 불러왔다.
문재인 정부 정책 보조를 위한 여당의 입법 독주가 오히려 국정동력 확보에 정치적 리스크를 안긴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와 임시국회를 통해 주요법안을 단독 강행처리하는 힘을 과시했다. 공수처법을 비롯해 국가정보원법, 경찰법, 일하는국회법, 고용보험법, 5·18 왜곡처벌법, 사회적참사진상규명특별법 등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처리하면서는 경제계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단체의 반발을 불러왔다.
과정도 논란이었다. 주요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오기까지 상임위원회에서도 일방 독주가 펼쳐졌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야당의 비토권이 무력화됐다. 여당 뜻대로 7분 만에 강행 처리됐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새벽 2시께 여당이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열고 노동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을 의결했다. 정의당이 끝까지 반대했으나 무시됐다. 경제 3법을 처리한 정무위도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소집됐다. 표결 직전 법안 최종 수정내용이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앞서 주요 법안을 언급하며 정기국회 내 처리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여당은 174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으로 대통령의 희망을 거침없이 달성했다.
20대 국회 여소야대 상황에서 주요 법안 통과에 진통을 겪었던 것을 비춰봤을 때 21대 국회 내 여당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속도전'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과도 잘 들어맞는다.
여론 악화와 적대 정치 부활이 우려된다. 윤석열 총장 징계위원회 결과와 부동산 시장 움직임에 따라 더 큰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공 들였던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여당 독주 속에 먼 얘기가 됐다. 청와대는 야당과의 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이어지면서 당분간 여야 협치와 관련한 진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대세 정치의 파도타기, 위선적 당 노선 변경 등으로는 국정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의 정치력과 정당정치 복원을 통한 협력정치가 가동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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