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44>적정 기능혁신

한계효과. 뭔가 하나를 추가했을 때 늘어나는 효과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제품에 기능 한 가지를 추가했을 때 소비자 만족도가 늘어난다면 한계효과는 긍정 형태가 된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난제가 있다. 대개 한계효과는 체감한다.

즉 기능을 계속 추가하면 만족도는 점차 줄어든다. 급기야 어느 순간 만족도가 0에 도달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소비자가 더 이상 복잡한 기능을 소화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만족도가 포화됐다고 말한다. 복잡한 기능에 지치고 손든 소비자의 모습이다.

어느 순간 기업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함정이 생긴다. 소비자 제품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그 가운데 하나가 다기능이란 점을 안다. 제품 안에 구겨 넣을 수 있는 만큼 기능을 집어넣고 싶은 유혹이다.

여기에 근거가 없지 않다. 더 많은 기능은 기대효용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두 제품을 갖고 실험한다. 동일 제품이고, 기능이 많고 적은 차이만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기능이 많을수록 첫 선택에서 더 선호된다.

그러나 두 가지 실험을 더 해보자. 이제 25개 기능을 보여 주고 필요한 만큼 골라 보라고 했다. 그러자 무려 평균 19.6개를 선택했다. 기능이 많을수록 쓸모 있을 거란 생각은 여느 소비자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런데 그다음 실험에서 경고등이 켜진다. 이렇게 기능이 늘자 사용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자기가 선택했지만 불안감은 커진다. 그러나 그 순간까지 소비자는 다기능 제품을 선호한다.

곧 두 번째 경고등도 켜진다. 먼저 제품을 사용한 후 재선택 실험을 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다기능 제품을 사용한 실험군 재선택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미 이 제품을 사용한 탓에 제법 기능에 익숙했지만 다시 선택할지엔 혼란스러워 했다.

이 실험을 놓고 롤런드 러스트 미국 매릴랜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우리에게 두 가지 얘기를 들려준다. 소비자는 기능이 늘수록 사용하기 더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제품을 구입하기 전엔 제품 사용성보다 기능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다 일단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선호도는 변한다. 갑자기 사용성이 우선순위를 점하게 된다.

제품의 적정 기능을 정하는 건 만만찮은 일이다. 더 많은 기능을 구겨 넣는 것이 능사가 아닌 탓이다. 여기엔 생각보다 난해한 구석이 있다.

러스트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첫 판매에 적합한 기능 조합과 반복 판매의 적정 조합은 괴리가 있다. 처음 구매 때 소비자는 기능성에 더 큰 기대감을 품는다. 그러다가 정작 사용해 보곤 더 작은 적정 기능으로 만족해 한다.

물론 여기에도 해결책은 있다. 제품 종류를 늘리거나 고객이 기능을 선택하게 하면 된다. 물론 이럴려면 생산이며 물류비용은 늘어날 테고, 어디까지 기본 기능으로 할까 하는 문제도 남는다.

여러 조언이 있겠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 두면 어떨까. 기능성과 사용성은 다를 수 있다. 스위스 군용 칼로 알려진 빅토리녹스의 베스트셀러가 의외로 날 하나짜리란 점도 이런 아이러니를 대변하는 셈이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44>적정 기능혁신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