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구글이 증강현실(AR) 스마트 글라스 기업인 캐나다 회사 '노스'를 수천억원에 인수했다. 8월에는 가상현실(VR) 기기 핀란드 스타트업 '바르요'는 6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9월에는 페이스북이 AR 스마트 글라스 '아리아'를 2021년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10월에는 애플이 AR를 지원하기 위해 아이폰12 프로에 최초로 라이다 센서를 탑재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는 왜 VR·AR에 집중할까.
답은 간단하다. 그 미래가 올 것으로 판단했고, 코로나19로 더욱더 빠르게 다가온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VR와 AR는 모두 현실에서 컴퓨터가 그려낸 가상 세계를 보는 것이다. 다만 현실을 가리고 가상만 본다면 VR, 현실과 함께 가상을 본다면 AR다.
가상융합(XR) 기술은 VR·AR를 포함한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소통과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형태의 모든 기술 및 서비스를 말한다. XR 기술은 우리 삶의 많은 분야에서 기반 기술로 활용돼 경제·사회에 큰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 속에서도 지난 2012년 구글 글라스가 발표된 이래로 XR는 영화와 드라마 속 이야기만큼이나 우리의 삶을 바꾸지 못했음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첫째 코로나19에 의해 환경이 바뀌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영상회의를 비롯한 비대면 솔루션의 효용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다. 한 예로 최근 몇몇 투자자는 모두 비대면으로 기업을 검토하다 보니 현지 기업과 해외 기업의 차이를 덜 느끼고 투자 전략에 반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대면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미묘한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현실감 있게 파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XR 제품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둘째 기술이 발전했다.
XR 기기에만 특수하게 필요한 초소형 디스플레이, 광학계 등의 기술 수준이 많이 개선돼 상용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또 연산장치, 배터리, 센서 등 범용 부품은 과거 어느 때보다 소형화되고 고도화됐다. 동시에 XR에 날개를 달아 줄 5세대(5G) 이동통신 역시 한국을 필두로 글로벌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기기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저작 도구도 체계화됐다. 어느 때보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테스트하고 판매하기 쉬운 환경이 구축됐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두 가지 이유로 밝은 미래를 그린다.
첫째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민간에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XR와 관련된 선도 기술이나 플랫폼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벤처 및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속 성장하고 있다. 투자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역량이 풍부한 국내 대기업도 빠르게 이들과 협업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둘째 한국 정부의 이전과는 다른 선제 대응이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10월 경제 부문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벗었다. 또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K-방역과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 파급력까지 이제는 전 세계를 이끄는 국가의 하나가 됐다. 이제는 길을 만들어야만 한다. 산업계·학계의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어 낸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은 대한민국이 흔들리지 않고 길을 만들어 갈 좋은 나침반이라 생각한다.
포브스 100대 기업 랭킹의 30%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뒤바뀐다고 한다. 세계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바뀌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우리가 지닌 민간과 정부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성장을 보일 것임을 확신한다.
김재혁 레티널 대표 jhyeok.kim@letin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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