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공 마이데이터'는 데이터 주권 출발점

[기고]'공공 마이데이터'는 데이터 주권 출발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에 참여했다. 아이의 돌반지부터 결혼반지까지 내놓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코로나19로 또 한 번의 어려움을 겪자 국민은 금 대신 자신의 데이터를 기꺼이 방역 당국에 꺼내 놓았다.

국민이 내놓은 데이터는 감염자 역학조사, 마스크 알리미 애플리케이션(앱), 자가격리 앱 등을 만들고 활용하는 데 사용됐다. 데이터를 활용한 K-방역은 전 세계로부터 연일 주목받고,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처음 발표한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대한민국을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지금까지 국민은 행정·공공기관이 보유한 자신의 행정 정보를 증명서 형태로 발급받아 활용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소비해 왔다. 연간 약 9억5000만건의 종이 증명서가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에 제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개인 정보 처리 권한이 정보 주체인 국민이 아닌 서비스 제공 기관에 집중됐다.

앞으로 정부는 '증명서'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스스로가 본인의 데이터 활용을 더 주도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란 국민이 행정·공공기관에 흩어진 본인의 행정 정보를 데이터 형태로 받거나 제3자에게 전송하도록 요구해서 활용할 수 있는 공공 서비스를 말한다. 예를 들면 소상공인 정책 자금 지원 시 지금은 주민등록 등·초본, 사업자등록증명 등 13종의 구비 서류를 발급받아 요구 기관에 제출했다. 앞으로는 공공 마이데이터로 행정 정보 전송을 요구하면 구비 서류 제출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각종 기관이나 기업에 분산된 자신의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고 신용이나 자산관리 등에 능동 활용하는 '마이데이터' 개념을 공공 부문에 적용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공공 마이데이터의 원활한 추진과 활용을 위해 민원처리법을 개정해 '민원인의 요구에 의한 본인정보 공동이용' 관련 조항을 신설하고, 민원 업무 외에도 공공 마이데이터 활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전자정부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러 기관과 협력해 새해 상반기부터 행정·공공 서비스에 마이데이터를 접목, 혁신 공공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마이데이터와 행정·공공 서비스가 만나면 응급환자의 마이데이터를 119 구급대원에게 미리 전달해서 더욱 정확한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은행 신용 대출 시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더 빠르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건강·의료, 복지·수혜, 고용·취업, 생활·안전, 창업·경영 등 5개 분야 24종 서비스를 우선 개시하고 이후 범위를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데이터 시대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이데이터 유통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도록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관련 제도와 기술·인프라를 마련하고, 정보 주체 권리 강화를 위한 열람권과 통제권을 지속 연구할 방침이다.

데이터 산업을 주도하는 강한 나라가 되는 첫걸음은 국민 스스로가 자신이 데이터 주인임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국민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는 전환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 jy128@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