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가 R&D, 사회 문제 해결 비중 확 늘린다...기업 R&D 투자 활성화 방안도 마련

기후변화-감염병-미세먼지
3대 난제 해결 R&D 예산 확대
민간 중심 'K-R&D 모델' 확립
5000억 기술혁신 펀드 등 조성

[이슈분석] 국가 R&D, 사회 문제 해결 비중 확 늘린다...기업 R&D 투자 활성화 방안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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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 안건은 '국가 연구개발(R&D) 공공성 강화'와 '민간 R&D 코로나 피해 최소화'로 요약된다. R&D 투자 100조원 시대를 앞두고 국민이 과학기술을 통해 삶의 질 개선을 체감할 수 있도록 R&D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정책화다. R&D의 사회 문제 해결 기능 강화를 위한 예산 수립, R&D 투자 방향 설정 등이 수반돼야 한다. 민간 R&D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악화한 기업 R&D 환경을 감안했다. 기술혁신 R&D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고 신산업 분야에선 규제 요인을 선제적으로 발굴, 제거한다는 목표다.

◇R&D 초점 '산업'에서 '삶의 질'로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가 R&D 투자에 있어 사회 문제 해결 비중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자문했다. 선진국 추격형 R&D 구조에서 탈피, 국민 실생활을 개선하는데 R&D가 중추 역할을 하도록 투자·성과 검증 체계를 혁신하자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기후변화, 감염병, 미세먼지 등 3개 난제 해결 R&D 예산을 올해 1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세 배까지 확대하고 고령화, 폐플라스틱, 재난·재해, 독성물질 등 분야 연구 또한 지속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R&D 수행 체계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총괄부처와 책임연구기관 중심으로 여러 주체가 연계·협력하고 경험과 성과를 축적, 확산하는 그림이다.

총괄부처는 목표와 임무 설정, R&D 로드맵 수립, 정책의 수립·시행·점검, 부처 간 협업 등 구심점 역할 수행한다. 책임연구기관은 R&D 세부과제를 기획·선정, 연구성과와 데이터 수집·축적·확산하고 연구를 병행한다.

예를 들어 '2030년 온실가스 24.4% 감축' 목표를 수립하면 관계 부처, 기관이 협업해 난제별 R&D 로드맵을 마련하고 과기자문회의에 상정해 확정한다. R&D 이행 점검은 과기자문회의 아래 정부·민간전문가·일반국민이 참여하는 난제별 R&D 점검위원회를 설립해 맡긴다.

국가과기자문회의가 이 같은 R&D 정책 변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현재 국가 R&D 투자가 산업 기술 개발·응용 등에 치우쳐 있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다.

유럽 등 선진국은 사회 난제 해결 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총 40조원을 투자했다. 전체 R&D에서 공공 문제 해결 R&D 투자 비중이 30%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그간 선진국 기술을 쫓는 추격형 전략을 구사하면서 사회 문제 해결 투자가 미흡했다. 국민 삶의 질 문제와 얽혀있는 현안 해결에 과학기술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염 부의장은 “그동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R&D 강화라는 측면에서 사회문제해결형 R&D를 시도했고 투자도 확대했지만 여전히 비중이 낮다”면서 “국민 삶의 질이 실제 개선되는 R&D 투자를 강화하고 관리 체계를 새로 세우자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자문 내용이 정책으로 얼마나 전환되느냐가 향후 과제다. 안건은 심의안건이 아닌 자문안건으로 회의에 올랐다. 이후 세부 정책을 수립, 정책화된다. 이 과정에서 예산, 역할 관련 부처 간 이견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구현의 정도가 결정된다.

과기계 관계자는 “R&D 공공성 강화 방안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은 큰 의미를 갖고 향후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다”면서 “다만, 당장 기존 예산을 세 배가량 확대하고 책임기관을 설정하는 내용 등은 부처 간 조율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민간 R&D 투자 위축 막는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기업 R&D 투자 여건이 어느 때보다 악화됐다고 판단, R&D 투자활력을 높이는 방안을 보고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발표한 '2021년 연구개발투자 및 연구인력 채용 전망(KOITA RSI:R&D Sentiment Index)'에 따르면 새해 기업 R&D 투자 RSI가 91.2, 인력 RSI가 91.6으로 집계돼 R&D 투자와 채용 모두 올해 대비 급감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기업 R&D 투자 62.5%를 차지하는 대기업 투자 RSI는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정부는 금융, 사업화, 규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지원책을 마련, 조속히 시행한다고 밝혔다.

먼저 기업 연구 행정부담을 줄이고 연구결과 실증특례를 강화한다. 연구비 집행 자율성을 확대, 세부 연구목표 변경을 허용하고 평가는 2~3년 주기로 전환한다. 신기술·서비스에 실증특례를 부여하는 규제자유 특구를 확대하고 연구개발특구에도 연구성과 상용화를 위한 실증특례를 도입한다.

신산업 분야는 규제가 될 만한 이슈를 사전에 정비한다.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 선제 규제혁신 로드맵을 마련한다.

기업의 정부 연구과제 연구비 매칭부담도 줄인다. 기술료는 기업 수익이 난 이후에 내도록 개선, 향후 2년간 기업 R&D 비용부담을 1조원가량 덜어줄 계획이다.

민간 재원으로 5000억원 규모 '기술혁신 전문펀드'를 조성하고 투자회사가 먼저 투자하면 정부가 최대 두 배까지 매칭 투자하는 R&D도 본격화한다.

상용화가 중요한 정부 R&D에서 민간 역할도 확대된다. 민간전문가가 사업의 전권과 책임을 갖고 도전적 목표 달성에 매진하는 연구개발모델(K-R&D Model)을 제도화한다.

원천연구부터 시장전문가를 참여시켜 산업 수요와 시장 전망에 근거해 목표를 설정하고 우수연구성과에 대한 사업화 지원도 강화한다.

혁신 아이디어·기술을 가진 기업에 안정적 지원을 하는 '혁신도전형 R&D'와 주어진 문제를 기업이 자체 재원으로 먼저 연구하고 성공 시 포상금을 지원하는 '후불형 R&D'도 시행한다.

기업이 당장 나서기 어려운 분야 R&D는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자처한다. 빅3(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외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선도기술 투자전략을 마련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 생태계를 조성한다.

중소〃중견기업과 지역 R&D 역량도 강화한다. 4만여개에 달하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진단해 역량(잠재형연구소, 도약형연구소, 선도형 연구소)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지난해 출범한 6개 지역 강소특구는 17개까지 확대, 고급일자리 및 간판 기업을 육성한다.

정부는 이를 내년도 업무계획에 반영하여 이행하고, 민간과 공동으로 이행상황 점검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 영상회의 주재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 20분까지 청와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간 영상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 임서정 일자리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 10명과 안건 발표자, 토론자 일부 5명 등 15명만 참석했다. 염한웅 부의장을 비롯한 민간위원과 각 부처 정부위원 등 31명은 KIST에서 영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문 대통령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직전인 2018년 전원회의에선 '국가기술혁신체계 고도화를 위한 국가R&D 혁신방안'을 확정했다. 연구자 주도형 기초연구 투자 규모를 2022년 2조5000억원까지 늘리고 미세먼지·지진·치매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회문제 해결 R&D 예산을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