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이르면 2024년 전기차를 출시할 전망이다.
'웨이모'로 자율주행차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알파벳 등과는 달리 미래차 사업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않던 애플의 소식에 관심이 집중됐다.
애플 전기차 소식에 테슬라의 주가는 큰폭으로 하락했고, 전 세계 완성차는 물론 배터리업계 등이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애플이 내놓을 에너지 밀도를 높인 배터리 기술이나, 기존 완성차 업계에서 시도하지 못한 다양한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로이터는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이르면 2024년 생산을 목표로 전기차를 준비한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이 다소 지연될 수 있지만 2014년 시작한 뒤 주춤했던 '프로젝트 타이탄'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는 웨이모가 자율주행 기술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로보택시'를 준비하는 것과 달리, 애플은 개인용 차량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레벨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확보되지 않더라도 전기차를 생산, 기존 완성차 업체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 인력도 강화했다. SW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테슬라로 자리를 옮겼던 더그 필드 부사장을 2018년 재영입해 프로젝트를 총괄하도록 했다. 여기에 LG화학·삼성SDI를 거친 배터리 전문가 안순호 박사도 애플에 합류해 배터리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과열 가능성이 낮아 안전성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코어셀을 새롭게 설계하는 모양새다. 코어셀을 감싼 케이스를 없애 배터리팩 내 추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공간에 활물질을 더 넣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리튬인산철의 단점을 해결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애플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선택은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에는 부정적이다. 국내 업체들은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에 집중한 탓에 중국 배터리업체 대비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력이 뒤쳐지기 때문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CATL, BYD가 리튬인산철 배터리 내 모듈 케이스를 없앤 CTP(Cell to pack) 방식과 지향점이 같은 기술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며 “품질관리와 양산성은 두고봐야겠지만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배터리 전기차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SW 기술력을 기반으로 배터리 효율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자사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운영체제(OS)를 내놨던 경험을 전기차에도 접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달리 차량에 전장부품 탑재가 늘어 관련 분야 기술력이 중요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율주행시스템은 라이다(LiDAR) 중심의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라이다 업체와도 미팅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라이다가 고가라는 점에서 일부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제품을 개량해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전기차 생산은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외부 업체에 위탁할 전망이다. 애플은 자체 브랜드를 단 전기차 출시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납품하는 사업도 고려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도 여러 완성차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SW 기술력이 중요해지는 만큼 애플과 연대하려는 완성차 업체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도 생산과 이를 위한 부품 공급망을 갖추기 위해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는 게 효율적이다.
한편 이날 테슬라 주가는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 소식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편입 첫 날인 21일(미국시간) 6.5% 하락한 649.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금요일 약 6% 급등했지만 거래일 기준 하루 만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