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국민들께 백신 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몇몇 나라의 앞선 움직임에는 “백신을 생산한 나라에서 많은 재정지원과 행정지원을 해서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에 그쪽 나라에서 먼저 접종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5부요인 초청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 백신 확보 논란과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영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우리나라는 백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관한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요즘 백신 때문에 또 걱정들이 많은데 (백신 생산 국가 외) 그 밖의 나라들, 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국민들께 백신 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있고, 또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국무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최재성 정무수석,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로 5부 요인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날을 포함해 다섯 번째다.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확보, 경제, 외교, 권력기관 개혁, 남은 임기동안 추진할 국정과제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조언을 구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다행스럽게도 방역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아주 모범국가로 불릴 정도로 잘 대응해왔다”며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공동체의식으로 코로나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경제 부문에선 선방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후유증이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 부문 역시 “경기 회복 후에도 서서히 뒤따르기 때문에 일자리의 어려움도 오랫동안 지속되리라고 생각한다”며 마음이 무겁다고 표현했다.
외교 부문에선 새해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북미대화와 남북대화가 다시 추진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 해나가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때까지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새 행정부 출범 계기로 북미대화나 남북대화가 다시 추진력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선 “갈등이 많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당장 갈등이 있더라도 완전한 제도로 정착시키며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 정신에 입각한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성숙하게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이면 정부 출범 5년차가 되는 해”라며 “보통의 경우 국정을 잘 마무리 해가야 하는 시기인데 다른 점이 한국판뉴딜, 2050 탄소중립과 같은 대한민국 경제를 대전환시키는 새로운 과제에 착수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마지막까지 맡은 바 소임 다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기를 바라겠다”고 당부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새해 2월 여야가 초당적으로 방미한다고 소개했다. 박 의장은 “외교에 있어서는 바이든과 스가(일본) 정책이, 내년 1월 북한 8차 당대회가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 의회 차원의 외교 지원을 약속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코로나19 상황으로 법원에도 비대면 바람이 불어왔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돼도 이 같은 변화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법원장은 “영상재판이라든지 여러 변화를 통해 얻은 경험을 좀더 개선시키고 축적시키는 노력하겠다”며 “영상재판 확대는 물론, 형사전자소송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이뤄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은 코로나19로 위협받는 민생, 취약계층 생계에 대한 대응책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 소장은 “소득 양극화 완화나 해소, 사회안전망 확충은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정의로운 사회, 그리고 사회 통합을 이루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라며 “정부에서도 이부분을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 대해 “지금이 피크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최선을 다해서 새해에는 국민이 희망을 갖고 새롭게 출발하실 수 있도록 여건 만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새해가 실질적인 마지막 해라며 “국정과제를 완성하고 성과를 내는 일이 정부로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국정과제 달성을 다짐했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언급하며 “선거과정 중 단 한명의 감염자 없이 성공방역으로 치러냈다”며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민주주의 역량은 전세계가 놀랄 정도였고 그 결과 여러 나라에서 선거 방역 경험과 노하우에 대한 전수 요청 있었다”고 했다. 선거과정의 투명성과 유권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개선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중립적 자세로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의 역할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