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의 혁신 기술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 적용되는 일본의 핵심 소재·부품 수출 규제로 실제 시장의 수용성 가치를 높이는 기술에 대한 요구와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R&D) 관점의 혁신성·독창성 등에 밀려 정작 시장이 요구하는 소재·부품 개발을 포함한 실증 R&D는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요자 관점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정된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기술과 시장의 브리지 역할을 담당할 소재·부품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서 미리 대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부는 국정계획과 혁신성장동력 등 주요 정책 추진을 통해 R&D 효용성 제고와 산업계가 요구하는 다각도 실증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8년도 예산 기준으로 정부 R&D 대비 약 3%에 불과하지만 자율주행·스마트시티 등 사회 가치 창출을 위한 융합시스템 실증과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중심으로 사업화·기술이전·제도개선 등 형태로 실증 사업이 늘고 있다.
R&D는 기술의 성능, 논문, 특허 등 정량 성과 제시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증 사업은 기술을 시장에 적용했다는 단편 결과만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음에 따라 성과 평가의 모호성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생활 현장 적용에 대한 사용자 의견이나 실사용 리빙랩 실증 데이터와 R&D 사업화 과정에서 시장 검증 및 적용 데이터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수요자 참여 리빙랩 개념의 실생활 실증을 통해 얻어지는 트랙레코드 데이터로 제품 검증뿐만 아니라 시장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양한 서비스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산업이나 기술로 이슈가 된 인공지능(AI) 기술의 완성도는 적용되는 환경과 사용자가 참여한 시장에서의 유효한 실증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학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유효한 실증 데이터는 가상공간에서 실물과 같은 물체를 만들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는 디지털트윈 기술에서도 필수다.
정부는 실증 사업 확대와 시장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증을 통해 파생되는 다양한 데이터의 분류, 보관, 분석, 활용 등에는 아직 관심이 부족하다. 만약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실증 사업에 대한 데이터만이라도 유효하게 저장·관리하고 개방 형태로 운영한다면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부처·사업별로 분산 추진하고 있는 실증 사업에 대한 데이터를 정리·분류해서 유효한 데이터를 만드는 표준을 개발하고, 이를 저장 및 운영할 수 있는 종합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앞으로 기술과 산업 간 융합에 대한 실증 지원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연구 주체 간 원활한 데이터 공유와 함께 긴밀하고 개방된 생태계 연계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도 시급하다.
민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실증 데이터를 개방해서 공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정부 과제로 추진한 실증 데이터의 일정 부분을 개방한다면 연구 주체 간 공유를 넘어 사회 발전 전반에 걸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실증 데이터 공유 및 개방을 통해 다양한 산업 생태계와 지속된 피드백 데이터 프로세스가 도입된다면 제품 단위에서의 시장 검증뿐만 아니라 핵심 요소 기술, 아이템 도출 등 기술과 산업의 싱크탱크로써 시장 및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기술 개발 방향 설정이 이뤄질 것이다.
이러한 방향 설정을 위해서는 유효한 실증 데이터를 얻기 위한 객관화된 기법 개발과 더불어 데이터 저장·관리·운영·활용을 위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융합형 실증 전문가의 인재 양성도 매우 필요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환경 및 사용자로 실증 대상을 확대하고 미래 글로벌 개인 맞춤형 시장을 목표로 다양한 전략도 수립돼야 한다.
급변하는 2020년,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시점에 융합 및 디지털 기술 혁명의 시장 적용성과 신시장 창출의 기초가 되는 실증 데이터의 종합 관리 운영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 및 방향 전략 수립이 지금 절대 필요하다.
송상빈 한국광기술원 조명융합연구본부장 sbsong@kop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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