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7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한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범부처 정책을 망라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소부장 100대 핵심전략기술을 선정, 고시했다. 정부가 직접 소부장 핵심 전략기술을 관리하는 한편 기술별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육성,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정부가 적극 추진한 소부장 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3대 수출 규제 품목에서 국산화, 수입다변화, 외국인투자 유치를 촉진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소부장 공급망 변화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에서 그동안 해외에 의존한 소부장 품목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낭보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소부장업계가 잠깐의 성과에 취해 긴장감을 풀면 안 된다. 새해에도 올해 못지않은 급격한 GVC 변화와 시장 주도권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에서는 더 다양한 기업과 기관이 산업 활성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따라 세계 각국은 여전히 국경을 봉쇄하고 인력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지국우선주의 기조 확산은 주요 선진국들의 공급망 내재화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올해 쥐띠 해인 경자년을 맞아 쥐와 같은 뛰어난 생존 능력과 위기극복 능력을 보였다. 코로나19 위기 앞에서 세계 각국에 'K-방역'의 우수성을 과시한 것은 물론 소부장에서 '탈일본'을 현실화하는 등 국내 산업계의 저력을 확인했다. 2021년 새해는 신축년 소의 해다. 소는 십이지 가운데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새해 소처럼 우직하고 듬직하게 소부장 자립화를 향해 전진하기를 기대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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