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분야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은 물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질병 진단과 치료, 신약개발 등을 중심으로 AI 기술 도입과 활용이 점차 확대된다.
의료 패러다임이 표준적·경험적 치료 중심에서 질병 사전 예측, 예방, 개인맞춤형 치료로 변화하면서 AI 중요성이 날로 커진다. 의료 AI는 기계학습으로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특정 패턴을 인식해 질병을 진단·예측하거나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방법을 제안한다.
10년 이상 기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이뤄지는 신약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데에도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질병 진단 돕는 'AI 닥터' 속속 상용화
국내에서는 AI를 활용한 의료기기 개발을 넘어 실제 병원에서 활발하게 활용하는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의료 영상을 판독해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SW) 개발이 활발하다. AI를 활용해 판독 일관성과 정확도를 높이고 질병 예측 등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국내 의료 AI 업체 뷰노가 골연령 진단보조 제품 '뷰노메드 본에이지'로 국내 최초 AI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이후 허가 건수는 2018년 4건, 2019년 10건, 지난해 11월까지 47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허가 건수는 전년 전체 허가건수와 비교해 5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AI도 점차 늘고 있다. 정부가 3년간 364억원을 투자해 개발하는 의료 AI 플랫폼인 '닥터앤서'를 통해 개발되는 소아희소유전질환, 심뇌혈관, 치매, 심장질환, 유방암, 대장암, 전립샘암, 뇌전증 등 8대 질환 관련 질병 예측·진단·치료 지원 21개 SW는 개발을 마치고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은 경동맥 초음파를 통해 뇌졸중 가능성을 미리 알 수 있는 AI를 개발하고 다기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위·대장 내시경 중 AI가 실시간으로 이상부위를 감지하고 병변을 자동 판독해 알려주는 AI도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대장암 위험 예측 SW와 대장내시경 영상 기반 용종 분석 SW를 개발해 의료기기로 승인 받고 환자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AI가 환자의 나이, 성별, 키, 몸무게, 생활습관, 과거병력, 유전력 등 빅데이터 기반으로 대장용종·대장암 발병 위험도를 예측한다. 내시경 영상을 AI가 실시간 분석해 의료진이 놓칠 수 있는 작은 용종까지 발견하도록 돕는다.
박동균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고령화에 따라 고령 환자와 만성질환 환자가 늘어나는데 국가 차원에서 AI를 활용해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의료비 부담을 줄일지 전략과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단일보험 체제와 높은 의료 수준, 고품질 데이터 등 강점을 바탕으로 개발한 AI가 국가 의료 인프라로 녹아들도록 제도화해 국가 의료비를 절감하고 성능을 높여 수출도 할 수 있는 모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AI 활용 신약개발 가능성 확인
전통적인 신약 개발에는 평균 15년이 소요되며 약 1만개 후보물질 중 1개만이 최종 신약개발에 성공한다. 또 2조~3조원으로 막대한 개발비용이 소모된다. 개발된 신약 90%가 전임상 시험(동물시험)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인간 대상 임상에서는 효능이 없거나 독성이 발생하기도 한다.
신약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기 위해 주목받는 것이 AI다. 신약 후보물질 탐색을 위해서는 수많은 문헌과 생물학 정보 탐색이 필요한데 AI는 한 번에 100만건 이상 논문 탐색과 10의 10승개의 화합물 탐색이 가능해 연구기간을 단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임상시험 단계에서도 질병과 관련성이 높은 대상 환자군을 찾을 수 있고 유전체 변이와 약물의 상호작용을 예측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다.
AI 헬스케어 스타트업 벤치싸이에 따르면 작년 2월 기준 43개 제약사들이 후보물질 발굴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203개 스타트업이 후보개발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AI를 활용해 개발되는 신약 파이프라인은 116개다. 이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AI에 대해 투자하고 있으며 AI 기술을 갖춘 IT 기업과 손잡기도 한다. 화이자는 IBM 왓슨을 도입해 호흡기·중추신경계 질환 분석, 만성질환 약물 효과 등을 검증한다. 얀센이 베네볼런트AI와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2상에 진입했다. 노바티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인실리코 메디슨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 합성, 검증까지 기간을 46일로 단축할 수 있는 AI 'GENTRL'을 개발했다. 영국 신약개발 전문기업 엑스사이언티아는 일본 스미토모와 함께 AI로 1년 만에 강박장애(OCD) 치료제 임상 후보물질을 발굴해 올해 초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도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AI 기술을 도입하거나 전문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AI 신약개발 기업 신테카바이오에 50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했고 같은해 11월에는 캐나다 바이오 기업 사이클리카와 공동 연구 MOU를 교환했다. HK이노엔은 AI 신약개발업체 스탠다임과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공동 개발을 진행한다. 한미약품도 스탠다임과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AI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추진한다. SK㈜ C&C는 스탠다임과 공동 개발한 AI 신약 타깃 발굴 서비스인 '아이클루 앤 애스크(iCLUE&ASK)'를 시범 오픈했다. JW중외제약 자회사 C&C신약연구소는 자체 AI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 '클로버(CLOVER)'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빠르게 도출한다.
<표>국내 주요 AI 기업과 제약·바이오기업 협업사례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브리프)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