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국내 정식 서비스를 예고한 스포티파이가 K-팝 음원 확보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칫 해외버전에서 들을 수 있는 K-팝을 정작 국내 버전에서 감상하지 못하는 사태가 우려된다.
29일 음원 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12월 현재 대부분 국내 메이저 음원유통사와 국내 음원유통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K-팝을 다루는 유력 유통사 중 스포티파이와 국내 계약을 체결한 곳은 대형 연예기획사 한 곳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스포티파이와 국내 계약을 체결한 대형기획사는 글로벌 아티스트 비중이 높아 대승적 차원에서 양쪽 경영진이 직접 나섰다”면서 “나머지 메이저 유통사들은 아직 관망세”라고 말했다.
국내 메이저 음원유통사 중 상당수는 스포티파이 경쟁사 격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운영한다. 스포티파이와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음원유통사 관계자는 “스포티파이 주요 비즈니스모델 중 하나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이라면서 “정액제 스트리밍 플랫폼을 운영하는 국내 음원유통사들이 무료 서비스 확산에 부정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스포티파이가 2019년부터 장기간 한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저작권료 배분 등 세부 조건은 합의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면서 “하지만 스포티파이 비즈니스 모델과 향후 경쟁 구도 등을 놓고 계약을 위한 접점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등 세계적 성공으로 K-팝 몸값이 높아진 것도 협상이 쉽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스포티파이가 무조건 플랫폼 지배력을 내세울 수 없는 위치라는 것이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이 회사가 2014년 K-팝 허브 플레이리스트를 처음 선보인 후 K-팝 이용자 청취 비중은 2000% 이상 증가했다.
음원유통사 관계자는 “스포티파이는 협력해야 할 상대인 동시에 경쟁사인 복잡한 관계”라면서 “유통사들이 국내 론칭 이후 시장 반응을 살피며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스포티파이가 국내 론칭 초기 반쪽짜리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포티파이가 최근 국내 진출을 공식화한 것 역시 협상에 반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공식 론칭 시점을 새해 상반기라고 폭 넓게 잡은 것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이야기”라면서 “권리자들에게 계약을 재촉하는 메시지가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포티파이 관계자는 “계약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 “폭넓은 국내외 음원 카탈로그를 국내 이용자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저작권료 등 상당부분 합의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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