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AI 법률사무소](1)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언택트 환경과 데이터 법·제도 정비](https://img.etnews.com/photonews/2101/1369808_20210104144804_215_0001.jpg)
기존 산업혁명이 제조공정을 혁신해 이미 존재하는 상품의 고품질화와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인공지능(AI)을 통해 종전에 없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예측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새로운 일상'(뉴노멀)을 제시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팬데믹과 언택트 환경은 경제·사회 불확실성을 증폭시켜서 두렵고 당황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일상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어떤 위기가 오고 있는지 보자. 기업의 위축은 연구개발(R&D) 및 투자를 주저하게 해 성장을 더디게 하고,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은 생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른 데이터와 AI 활용, 언택트 산업 성장은 개인정보 등 사생활 침해 공산을 높이는 한편 데이터와 AI를 활용할 기회가 있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의 디지털 격차 위험도 커지고 있다.
물론 기회도 있다. 우리가 최초로 성공시킨 초고속인터넷, 5G 등 네트워크는 이동 중에도 끊김없는 온라인 접속을 쉽게 해 언택트 시대 확고한 인프라가 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로 기업의 전유물이던 산업 생태계에 개인의 상업 행위 참여가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발달에 힘입어 개인이 복잡한 기술은 몰라도 1인 1특허권, 1인 1저작권(소설, 작곡, 작사,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 등 최소 1인 1창작이 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 편리한 데이터 접근과 활용, 네트워크 액세스, AI 활용 기회가 개인에게 주어져야 한다.
초고속인터넷·코드분할다중접속(CDMA)·스마트폰 도입이 오늘날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 되는 초석을 마련했듯이 한국판 뉴딜은 데이터·AI 등 한국 지식재산 생태계의 안정된 인프라와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둬야 하고, 법·제도 정비로 뒷받침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산업 연구를 위해 개인정보 가명 처리와 가명 정보 간 안전한 결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허청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데이터를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방안과 데이터 세트 생성 방법 및 생성 장치, 생성된 데이터 보호를 특허로 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이 포함된 데이터를 산업 연구를 위해 전송 복제할 기회를 제공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을 통해 산업 데이터 보호 및 활성화를 추진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기본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기관 간 칸막이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각자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 AI 법·제도 정비가 서로 모순되지 않은 채 시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다. 정부 기관 간 협업과 조정, 의사결정 기능이 있는 컨트롤 타워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민간 참여 시스템이 필요하다.
데이터의 법률 성격을 규명하고 데이터에 어떠한 법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지도 명확히 해야 분쟁을 최소화, 보호와 활용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민법은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물건으로 보기 어려운 데이터에 소유권, 점유권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데이터 성격에 따라 인격권·재산권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재산권 대상이 되는 데이터는 거래도 가능할 것이다. 사사로운 정보가 들어 있는 경우에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초상권이 인정될 수 있고, 창작물인 경우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
나아가 나에게 있는 데이터(또는 데이터에 관한 권리)를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내 데이터를 회사에 현물 출자하고 주식을 받을 수 있을까. 내 데이터를 보험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대상이 되는 데이터를 특정해서 별도로 관리할 수 있고, 데이터에 대한 공정한 가치 평가를 위한 법률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가능하지도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AI-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 sangjik.lee@bkl.co.kr
필자소개: 이상직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옛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를 거쳐 법무법인 태평양에 재직하고 있다. 2009년 6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KT 윤리경영실 법무센터장(전무)으로도 근무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학회 부회장,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상임이사, 행정안전부 전자정부 민관협력포럼 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법제정비단 위원,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인공지능-지식재산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