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또 하나의 장면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노영민 비서실장 사직서를 처리하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출신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유영민 전 장관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인사 전 여권 안팎에서는 차기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오르내렸다. 모두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이른바 '친문 정치인'이다. 유영민 실장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정책실장에 유력하다는 설이 많았다.
문 대통령의 최종 선택은 '유영민 비서실장'이었다. 청와대 2인자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청와대 참모진을 총괄하는 비서실장에 대기업 임원 출신을 앉힌 것이다. 2019년 말 새 국무총리 후보로 떠올랐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친기업' 성향이라는 이유로 노동계·시민단체는 물론 당 내에서도 반발에 부딪혔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당시 김 의원은 당 내부에서 조차 여론이 분열되고 있다면서 청와대에 총리직 고사 입장을 전했다.
유 실장은 LG전자 정보화 담당 상무, LG CNS 부사장,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포스코 정보통신기술 총괄사장 등을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당으로 영입한 경제계 인사로 현 정부 초대 과기정통부 장관을 역임했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지난 연말 퇴임 인사 겸 후임 비서실장 인사 발표 자리에서 “코로나 극복과 민생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다양한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을 지휘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에 취임하면서 “흔히 임기 후반부를 하산에 비유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라고 했다.
유 실장에게도 이와 같은 역할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높다. 노 전 실장도 “(유 실장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국민 삶의 회복, 대한민국의 도약이라는 국정 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무한 책임의 각오로 헌신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실장은 새해 첫 참모진 회의를 주재하면서 '현장성' '기동성'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계는 유 실장 부임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유 실장은 기업인 출신으로 경영을 직접 해봤고, 행정부처 장관까지 역임하며 두루 역량을 갖춘 인재로 평가받는다”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개혁과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코로나19와 각종 기업규제 입법 등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기업 처지를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