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까.” 새해 초면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2021년은 더 절절하다. 코로나19라는 메가톤급 태풍이 휘몰아쳤다. 상흔은 깊었다. 지난해 성장률이 영하로 떨어졌다. -1.1%였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악몽은 가시지 않았다. 코로나19 가위눌림으로 여전히 잠을 설친다. 경제와 민생 모두 짙은 안갯속이다. 용한 점집이라도 찾아야 하나. 그렇다고 족집게 예언은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숫자를 찾아보는 게 낫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다. 새해 벽두, 지난해와 다른 '심상치 않은' 징후가 보였다. 2021년 대한민국 경제 사주는 유독 '3'자와 인연이 많아 보인다.
'3%.' 올해 성장률이다. 반등이 대세다. 1일을 기점으로 기획재정부은 3.2%, 한국은행은 3.0%로 예측했다. 주요 경제연구소도 다르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3.1%, 산업연구원 3.2%, 현대경제연구원 3.0%을 전망했다.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각각 2.9%와 2.8%로 3% 언저리로 회복된다고 내다봤다. 3% 성장률은 지난해 침체 골이 워낙 깊은데 따른 '착시'라는 시각도 있다. 민간소비를 포함한 국민 체감온도는 여전히 한파라는 것이다. 경제는 반등하지만 플러스 성장률을 즐기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저점을 확인한 사실만으로도 희망을 갖기에 충분하다.
'3000포인트(P).' 증시도 축포를 쏘아 올렸다. 6일 코스피 지수가 처음으로 '3000'을 찍었다. 2007년 2000을 넘은지 13년 5개월이 걸렸다. 3000P는 시장에서 '꿈의 지수'로 불린다. 3000을 돌파했지만 잠시 주춤했다가 이틀 후인 8일 3152.18로 마감하면서 '주가 3000시대 개막'을 알렸다. 과제는 실물경기와 괴리다. 일부에서 거품이자 과열로 보는 배경이다. 경기는 엄동설한인 상황에서 '나 홀로 활황'이 얼마나 지속될 지가 관심사다. 그래도 우상향 흐름이 대세다. 올해 3300까지 점친다. 우선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하다.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자율은 저금리로 굳어져 증시로 대거 쏠릴 가능성이 높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몰리면서 올해도 '황소장'을 의심치 않는다.
'3만달러=1BTC.' 2일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3만 고지를 찍었다. 새 이정표를 만들었다. 2017년 암호화폐 열풍 당시에도 2만달러가 최고점이었다. 상승세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닷새 만에 4만달러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네 배 넘게 치솟았다. 무려 460% 이상 폭등했다. 배경은 역시 넘쳐나는 현금이다.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지자 대안자산인 비트코인에 쏠렸다. 발행량이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게다가 2017년과 달리 '큰손'으로 불리는 은행 등 기관투자자가 코인 거래 중심이다. 2017년 광풍은 일반인이 주도했지만 지금은 거대자본을 앞세우면서 '그들만의 리그'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물론 우려 목소리도 크다. 짧은 기간에 지나치게 급등했기 때문이다. 시세 등락폭이 지나치게 커 여전히 투기라는 인식도 많다. 하지만 기존 금융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하고 디지털 화폐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모두 새해벽두를 달군 좋은 시그널이다. 물론 경제는 성장률, 증시, 부동산, 금리, 환율 등 수많은 상수에, 정치와 심리라는 변수까지 살펴야 한다. 그래도 올해 경제기상도는 확실히 지난해보다 청명해 보인다. 그나마 위안이다. 희망을 봤다. 2021년, 출발이 좋다.
취재 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