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듀테크 활용 맞춤형 학습'의 선행 조건

[기고]'에듀테크 활용 맞춤형 학습'의 선행 조건

교육계에 인공지능(AI) 바람이 불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 시스템이 사교육 시장을 선도하고, AI 기술을 활용한 에듀테크는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학교에서 구현할 효과 높은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발표한 '인공지능 시대 교육정책 방향과 핵심 과제'는 미래 교육에 대한 현장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지난 한 해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서 온라인 원격교육이 전면 시행됐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에서 '발전된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 시행에는 이르지 못했다.

사교육 시장을 선도하는 에듀테크 기술을 학교에 적용하면 되지 않으냐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고도로 발달한 에듀테크 시스템이라 해도 학교 적용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학교 수업은 1명의 교사가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방식을 기본 구조로 한다. 국가 교육 과정에 기반을 두고 수업 내용과 속도가 정해진다. 이를 수업 진도라고 한다. 진도는 학생의 평균 학습 수준과 속도에 맞춰 전국에서 거의 동일하게 이뤄진다. 교육 과정과 수업 내용은 평가에 직접 연결된다. 고등학교에서 이뤄지는 9등급제 상대평가는 교사의 역할을 공정한 심판으로 제한한다. 일부 학생에게 개별 지도를 하는 교사가 있다면 공정함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경직된 현행 학교 제도에선 아무리 훌륭한 개별화 맞춤형 학습 시스템을 도입한다 해도 실제 수업에 활용할 여지는 적다.

학교에서 에듀테크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선 기가급 무선 인터넷, 학생 1인당 1디바이스 보급, 맞춤형 학습을 위한 공간 등이 필요하다. 학습자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교사를 돕는 학습관리시스템(LMS)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K-에듀 시스템'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과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지능형 학습 시스템도 제공돼야 한다. 민간 에듀테크 기업 시스템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학생 개별 수준과 속도에 맞춘 학습지도를 해 줄 교원도 중요하다. 전국 38개 교육대학원에서 신설한 AI융합교육 전공이 현직 교사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상이 교육부 미래 교육의 주요 정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에듀테크 활용 맞춤형 학습'을 학교에 적용하려면 제도 개선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첫째 학년제 중심 학교제도를 유연하게 혁신하는 것이다. 학년제는 나이에 맞는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것이지만 여기서 학습 격차가 발생한다. 누적된 학습 차이는 고교 수준에선 거의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 교실 내 학생들에게는 엄연히 학습 격차가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평균 수업을 진행하는 현행 제도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 2025학년도부터 모든 고교에 학점제가 도입될 예정이지만 이것으로 부족하다. 집단 간 차이를 넘어 개인별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수업을 위한 유연한 제도가 시급하다.

둘째 유연한 맞춤형 수업을 위한 핵심 조건이 국가 교육 과정의 대강화다. 지식과 정보로 꽉 채워져 있는 교과서 내용을 모두 전달해야 하는 교사에게 수업의 유연함이 가능하도록 여유 공간을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에게 교육과정-수업-평가 자율권이 부여되고, 개별화한 맞춤형 교육이 구현될 수 있다. 2022학년도 개정 교육 과정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셋째 학교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하며, 정기고사를 대체할 수 있는 개별화된 평가 도입이 필요하다. 일정 기간 학습 성과를 정해진 시기에 평가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성취평가제라 하더라도 상대평가 성격이 강하다. 성취 기준에 따라 본인의 학습 수준과 속도에 맞춰 평가될 수 있는 개별화된 평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개별화된 평가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대입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학교제도는 하나의 견고한 시스템이다. 부분 개선은 전체 시스템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과거에 많이 실시된 교육 개혁이 실패한 원인이다. 전체 학교 시스템이 새로운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전체 시스템의 하위 요소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 AI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에듀테크 활용 맞춤형 학습을 구현할 수 있는 미래 학교 '빅 픽처'를 구상해야 할 시점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미래교육연구소장) jychung@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