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하루 결제금액만 2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한국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 밑바탕에는 정부와 신용카드사 노력에 더해 밴(VAN)사들의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와 상생을 위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국내 결제 시장은 빅테크 등 출현으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했습니다. 밴 업계도 이 같은 시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결제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소비자 편의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중장기로는 올해 개화하는 마이데이터 산업 육성에도 동참하겠습니다.”
임규창 한국신용카드밴협회장은 국내 신용카드 인프라 고도화 이면에는 밴사 노력도 있었음을 피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밴사가 결제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비자 상당수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밴은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일컬어지는 모든 상점과 점포에서 결제를 대행한다. 결제 단말기나 POS, 키오스크로부터 결제 정보를 해당 사업자에게 연결해 모든 결제가 이뤄지도록 한다. 현금영수증과 간편결제 서비스도 밴사를 통해 결제가 이뤄진다. 일종의 결제 인프라 중간 대행사로 보면 된다.
올해 밴 업계는 마이데이터 산업 고도화와 고부가 사업 등에 공동 진출한다. 한국 결제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허브로서, 한국신용카드밴협회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협회장을 직접 만났다.
-신용카드밴협회에 대해 생소한 분들이 많다.
▲신용카드밴협회는 한국 결제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됐다. 신용카드사, 금융당국, 여러 결제산업 이해관계자 간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국가 결제 인프라 실핏줄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IC카드 전환은 물론 국가 재난지원금 고도화, 각종 지불결제 안정화 등 결제 일선에서 돈이 오가는 골목에 파수꾼으로서 나름 소임을 하고 있다.
실제 밴사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밴사는 신용카드 가맹점 결제 인프라를 관리하고 전산 장애가 나면 카드사를 대신해 대행승인 업무를 해준다. 소비자가 현금 사용 후 발급받는 현금영수증 발행업무도 밴사가 구축한 단말기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신용카드 거래 외에도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도 처리한다.
-간편결제 출현 등으로 카드업계 입지도 많이 좁아졌다. 카드사로부터 대행 수수료를 받는 밴 업계도 그만큼 매출 하락과 입지가 약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있는가.
▲외부에서 오해를 하는 것이 있다. 간편결제가 종전 카드결제 시장을 위협하는 요인은 맞다. 하지만 간편결제 또한 밴사 인프라를 사용한다. 물론 간편결제 업자가 초기에는 밴 대행업무를 줄이거나 자체적으로 결제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현재 상황은 대부분 거래를 밴사를 통해 하고 있다. 보안성도 높고 효율적인 결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제 시장이 치열해지고 카드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밴 업계도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밴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세다.
이에 대응해 밴 업계도 새로운 결제 서비스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 사업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또 한번의 카드 수수료 인하 가능성이 점쳐진다. 협회 입장은.
▲밴 업계가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여지는 별로 없다. 밴 수수료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이미 전환돼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밴 수수료 인하에 자동 반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카드사 수익 감소에 밴사도 고통분담을 하고 있지만 밴사에 맡겼던 업무를 자의적으로 재평가해 아예 수수료를 없애거나 낮추는 작업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밴사 매출 하락으로도 나타나지만 인프라 투자나 보안에 치명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여지가 많다. 단순히 비용 보존을 위해 밴사가 구축한 인프라를 빼거나 배제시키는 비상식적인 처사는 사라져야 한다.
금융당국도 가맹점 수수료가 불러올 후폭풍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밴 수수료 인하와 카드수수료 인하 모두 정부에서 정책적 판단을 해주셨으면 한다.
-핀테크 시장이 뜨겁다. 금융 결제 시장도 디지털 변화 중심에 섰다. 향후 지불결제 시장에 대한 전망을 해준다면.
▲솔직히 너무나 많은 서비스와 상품이 우후죽순처럼 상용화되고 있다. 소비자와 가맹점, 지불결제사간 유기적인 결제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하지만 전문성도 많이 떨어지는 서비스가 중구난방으로 시장에 출현한다. 이는 조만간 정리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제로페이나 카카오페이의 경우 초기 가맹점 수수료 인하 목적으로만 접근했을 때 활성화가 거의 되지 않았다. 지불결제 핵심은 소비자, 가맹점 혜택도 중요하지만 가맹점 사업 편의성, 이해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결제 서비스가 결제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결제 수단을 수취하는 가맹점, 밴사, 밴 대리점, POS사 이해관계가 잘 맞아야 한다. 단순히 결제만 해준다고 업무가 완료되는 게 아니다. 특히 가맹점은 서비스 이후 일이 더 중요하다. 환불 프로세스는 물론 재고 처리, 세금정산 등 여러 작업이 결제와 관련된다. 이를 동시에 지원하지 못하는 결제 서비스는 퇴출돼야 한다. 오직 고객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 마케팅에 앞서 결제산업 이해관계자 요구를 먼저 파악하고, 대응하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올해 밴협회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
▲한국 밴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다른 어떤 결제 시스템과 출생 자체가 다르다. 개별 가맹점의 카드, 현금 등 모든 매출을 확인할 수 있고 통합된 프로세스 결제 기능을 제공한다. 해외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를 하려면 여러 결제단말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결제에 소요되는 시간과 프로세스도 상당히 복잡하다. 이 같은 ICT 강점을 살려 협회 주도로 마이데이터 산업 고도화를 위해 밴사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접점 역할을 하려 한다.
데이터 산업에서 밴사 강점은 상당하다. 밴협회만 보더라도 15년 이상 업력을 갖고 있다. 밴사가 보유한 데이터는 다른 이종 기업에서 보유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최근 비씨카드가 밴사와 마이데이터 연합체를 꾸렸다. 협회 차원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 고도화에 연대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밴협회 회원사 간 마이데이터 시스템 연동을 통한다면 파괴적 혁신의 마이데이터 인프라를 창출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가맹점 접점에 있는 밴 대리점과 협업체계를 꾸려 마이데이터 특화 서비스 등을 창출한다면, 한국의 데이터 사회 진입을 촉발하는 퍼스트 무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밴 협회장으로서 올해 포부가 있다면.
▲마라도부터 울릉도까지 한국에서 결제가 안되는 곳은 없다. 말이 쉽지 이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십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밴사 역할에 대해 알아달라고는 하지 않겠다. 소비자가 택시를 타거나 편의점에서 껌 한통 결제할 때 신용카드로 할 수 있는 건 대단한 것이다. 신용카드 한 장 만으로 전국 어디서나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했다. 이것이야 말로 밴업계의 자부심이자, 생존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 이후 카드사의 추가적인 비용 절감에 따른 매출 감소와 코로나 19에 따른 내수시장 위축으로 밴 업계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회는 새로운 결제수단 등장에 따른 변화에 적극 동참하고 해외 시장 진출과 마이데이터 사업 창출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그간 밴 업계가 묵묵히 걸어온 작은 노력에 대해 평가절하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아울러 직격탄을 맞은 전국 밴 대리점과도 상생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임규창 한국신용카드밴협회장은
임규창 한국신용카드밴협회장은 1964년생이다. 1995년 주식회사 코밴에 입사해 본부장(상무)을 역임했다. 현재 코밴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보험업계에 최초로 신용카드 결제를 도입했고 가맹점 입금정산 프로그램인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 매입 서비스를 카드사와 제휴해 가맹점 매출 정산 편의 및 정확성을 도모했다.
업계 경력 26년 노하우를 살려 신용카드 결제 시장 개선 및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담=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장
정리=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