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되며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다시 맞게 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뉴삼성' 추진도 힘을 잃게 됐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과 고(故) 이건희 회장 상속세 납부 등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상황에서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코로나 팬데믹, 미중 패권 전쟁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대내외 환경에서 회사 경영을 책임질 총수 부재 여파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다.
◇선장 잃은 '뉴삼성'…대규모 투자 어려울 듯
이 부회장 구속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 키우는 '뉴삼성' 추진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우선 총수 부재로 대규모 신사업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서 과감한 결단이 어렵게 됐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최태원 SK 회장 수감 당시 SK는 대형 투자와 인수합병을 거의 못했다”면서 “전문경영인이 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해 대형 인수합병을 늘 추진하려 하지만 총수의 결단 없이 막대한 투자는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의 대규모 M&A는 사법 리스크가 터지기 직전인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 인수(약 9조원)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법리스크 영향 등으로 삼성의 대형 투자와 M&A는 주춤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규모가 작은 투자나 인수는 사업부장 차원에서도 추진할 수 있지만, 초대형 투자와 인수합병은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2018년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자동차 부품 등에 180조원을 투자, 4만 명의 임직원을 직고용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이행했다. 별도로 10년 안에 시스템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비전 2030'에 따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국정농단 재판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삼성의 대형 투자 전략도 최근 주춤한 상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M&A로 경쟁력을 키우고 반도체가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는 역동적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이유다.
◇3년 만에 또 총수 부재…비상경영 돌입
총수 부재로 삼성전자는 비상경영체제를 돌입하게 됐다. 삼성은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 총수 중심 경영 체제에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과거 삼성의 경영 구조는 총수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 계열사 중심 전문경영이라는 세가지 축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미래전략실은 해체됐다. 신설된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계열사간 조율역할만 담당했다.
이번 사태로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TF가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에도 삼성은 전문경영인 체제 중심으로 비상경영을 가동, 경영 차질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삼성은 2017년 총수 부재 상황을 떠올리며 충격에 휩싸였다. 앞으로 이 부회장이 없는 1년 6개월 동안 회사 경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그룹의 총수가 된 이 부회장이 다시 수감되자, 회사 내부에서는 중요한 시기에 굵직한 의사결정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 지배구조 재편도 지연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조만간 이 부회장이 회장 취임과 지배구조 개편, 경영권 승계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을 것이라고 관측해왔다.
12조원이 넘을 것으로 고(故) 이건희 회장 재산 상속세 재원 마련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부친 별세 이후 상속세 재원 조달을 위해 구체적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옥중 경영은 상당한 제약이 있기 때문에 삼성은 계열사 별 전문경영인 체제를 중심으로 최대한 현상을 유지하는 관리형 경영을 펼 것으로 보인다”면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기업의 중장기 미래를 바라보는 혁신과 투자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경쟁력 하락을 우려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