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호경기와 불경기를 반복하며 성장한다. 이 가운데 짧은 사이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40개월 주기의 단기 파동은 키친파동으로 불린다. 10년 안팎을 주기로 하는 것은 주글라파동이다. 콘드라티예프파동은 일생에 한 번 정도 목격할 법하다. 그렇다고 이게 끝은 아니다. 불쑥 대전환이 찾아오기도 한다.
고객의 취향은 그 자체로 생물 같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기업도 적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니 '변화에 적응하라'는 표제만큼 경영을 잘 묘사하는 용어도 드물다.
그렇다고 변화가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다. 불쑥 다르게 느껴지는 고객 취향이 큰 변화의 첫 물살인지 방금 지나쳐 간 배의 여운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변화 경영은 신기루를 닮은 듯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나마 들여다볼 만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코치다. 알 만한 소비자는 다 아는 가방 브랜드다. 이 핸드백은 엘리트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의 하나로도 불린다. 그러나 경기 침체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른 기업들처럼 제품 가격을 좀 낮추고, 아울렛 매장을 더 열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 온 브랜드 이미지를 망칠까 두렵다. 고객에 약속한 가치 제안을 흔들면 두고두고 후회할 수도 있다.
고민 끝에 고객 취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부터 꼼꼼히 따져 보기로 한다. 긴 연구 끝에 한 가지 결론을 낸다. 품질과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욕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바뀐 현실은 새로운 욕구 층을 낳았다는 결론을 낸다. 기존 코치 라인은 손대지 않기로 한다. 그 대신 좀 더 저렴하되 젊고 강렬하지만 여전히 품질 우선인 새 라인을 만들기로 한다.
이렇게 포피는 세상에 나온다. 포피 라인은 성공했고, 코치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반전한다. 가격을 낮춰 불황에 대응한 경쟁 기업과 달리 코치는 브랜드를 지켜 냈다며 고객의 찬사를 받았다. 거기다 그 전에 없던 새 소비층 하나를 선사 받은 것은 덤이었다.
아이토이즈도 재미있는 사례다. 손안에 들어가는 오락기의 인기는 꽤 있었다. 그러나 오락기가 아이들을 이른바 '소파 붙박이'로 만든다는 비난엔 신경이 쓰였다. 더군다나 지불은 결국 부모가 하는 것 아닌가. 뭔가 양쪽에 어필할 만한 제안이 필요했다.
아이토이는 새 게임기를 내놓으면서 컬러 액정표시장치(LCD)에 3차원(3D) 그래픽을 넣는다. 여기에 더해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스케이트보드, 계단 오르기를 측정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몸을 움직여서 쌓은 포인트로 게임 아이템에 쓸 수 있도록 했다. 어느 제품 리뷰엔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더 많이 움직일수록 더 많은 포인트를 얻게 됨. 시험에 참여한 누군가는 점수를 올리려고 너무 빨리 뛰어 걱정됐다고 함.”
이들 두 사례는 짐짓 달라 보인다. 그러나 변화 경영이란 면에선 비슷하다. 코치는 경기 침체로 위축된 수요를 새로운 소비자의 사고방식이라고 재해석했고, 혁신 기회로 반응했다. 아이토이도 마찬가지다. 오락기가 어린이 비만을 초래한다는 비난을 소비자의 새로운 제안으로 받아들였고, 자신 제품의 긍정 가치를 재확인하는 기회로 보았다.
누군가는 적응을 반응과 재확신이라고 말한다. 코치와 아이토이는 이 비법을 제법 닮았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