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미국 외교안보정책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폐기되고 미국 주도의 국제주의로의 전환이 전망된다. 이는 세계 최강국 미국이 국제질서 유지에 지도력을 발휘할 것이며, 이것이 자국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한반도와 남북관계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미 관계에서 주한미군 축소 또는 철수, 주둔비용 분담 문제 등 한반도 문제의 불확실성은 해소될 가능성이 짙다. 그 대신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대중·대북 문제에는 한·미 공동 대응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문제, 특히 북핵문제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외교안보정책의 우선순위가 될 공산이 높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세 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회담 등 톱다운 방식 협상은 중단될 것이다. 그렇다고 빌 클린턴 정부의 대북포용 정책이나 버락 오바마 정부의 인내 전략 정책으로 회귀하지도 않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전략은 선 북핵 위험 감소, 대북 제재 전략 운용, 다자간 국제협력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란식 해법, 즉 핵무기 개발 억제와 국제 사찰을 대가로 하여 경제 제재 완화로 이어지는 다자간 협상을 북한에도 적용할 것이다.
다만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달리 실무협의 없는 정상회담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보텀업으로 준비된 협상을 통해 단계별 스몰딜을 추진하면서 궁극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북한 핵 동결, 즉 핵 확산과 고도화 방지가 우선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확대와 미국의 추가 대북 제재는 서로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전향 신호를 보내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적극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북·미 대화를 후순위로 미룬다면 북한이 군사행동을 할 공산이 높고, 한반도 정세는 어려워질 수 있다. 북한도 바이든 정부를 거친 말과 군사행동으로 자극하지 말고 대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우리 정부도 북·미 양쪽이 대화 재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우리 정부는 그동안의 대북정책과 성과를 재검토한 후 바이든 정부와 함께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북한을 호의로 대하면서 다양한 제안을 했지만 북한은 일체의 접촉과 교류를 차단하고 있고,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은 또 협상으로 시간을 벌면서 핵 증강을 계속해 왔고, 이제 세계의 많은 국가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간주하면서 북한의 핵 위협을 더욱 심각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진전은 북·미 관계 향방이 중요하다. 북·미 관계가 진전해야만 남북관계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정부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북·미 관계를 진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미 공조는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를 동시에 진전시킬 수 있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 아래 남북한 신뢰 회복에 노력해야 한다. 신뢰 형성이 전제될 때 북·미 비핵화 협상도 촉진되고 남북관계 발전도 가능하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 및 협상으로 접근해서 코로나19 사태에 대북 보건의료 지원부터 시작하고, 어려워진 식량 등 인도 지원 방안을 구체화해서 실행해야 할 것이다. 비대면 시기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남북 협력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다. 그다음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계 미국인의 북한 고향 방문 추진 의사를 밝힌 만큼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점차 통신·철도·도로 공동 건설과 대북 경제 협력을 단계별로 확대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동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지도자로 꼽는다고 한 바 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협력의 중요성도 공감하고 있는 지도자다. 바이든 정부의 출범을 남북관계 개선의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 bismak03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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