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2022년에 출시하는 첫 '레벨3' 자율주행차 '제네시스 G90'에 벨로다인이 아닌 프랑스 발레오의 라이다를 장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가 600억원을 투자한 벨로다인과 라이다를 공동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양산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후 라이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벨로다인을 추가할 공산이 크지만 양산 기술 확보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본지 2020년 4월 27일자 2면 참조>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는 프랑스 전장업체 발레오의 '스칼라' 라이다를 기반으로 레벨3 자율주행차 G90을 개발하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발레오 16채널 라이다 2개를 라디에이터 그릴에 탑재하는 형태로 테스트하고 있다”면서 “애초 벨로다인 제품이 우선 고려됐지만 양산성 문제로 첫 투입이 어렵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벨로다인은 지난 2019년 현대모비스로부터 5000만달러(지분율 3%) 투자를 받고 양산형 라이다를 공동 개발하는 업체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1위지만 차량용 라이다는 연구개발(R&D)용으로 납품한 실적뿐이다. 차량용 라이다 양산 경험이 없어 현대차그룹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레벨3 자율주행시스템에 쓰일 라이다를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상 차질이 빚어졌다.
벨로다인을 대체한 발레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차량용 라이다 양산에 성공한 프랑스 업체다. 아우디 대형세단 'A8'에 '스칼라 젠1'을 공급했다. 4채널 라이다로, 감지 거리는 150m 수준이었다.
현재 남양기술연에서 적용 테스트에 들어간 라이다는 개선품인 발레오 '스칼라 젠2'다. 수평각은 133도로 기존 145도보다 줄었지만 라이다 채널이 4개에서 16개로 느는 등 감지 성능이 개선됐다. 채널이 늘어남에 따라 수직각은 3.2도에서 10도로 약 3배 늘려서 완성도를 높였다.
스칼라 젠2는 차량으로부터 300m 떨어진 차량을 감지할 수 있다. 안전 조끼를 착용한 사람도 300m 밖에서 감지하지만 미착용한 보행자는 135m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남양기술연은 발레오 스칼라 젠2 라이다를 레이더, 카메라 등과 조합하는 형태로 레벨3 자율주행 완성도를 높인다. 발레오 라이다가 최종 채택된다면 센서 퓨전을 위해 현대모비스를 거쳐 제네시스에 납품하게 된다.
이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22년께 출시할 G90에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면서 “해외 전문 업체들로부터 라이다를 사 오지만 라이다로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소프트웨어(SW)는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당장 벨로다인이 배제되더라도 향후 추가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벨로다인 간 협력 관계 때문이다. 또 가격과 공급 안정화를 위해 다른 부품과 마찬가지로 복수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벨로다인은 현재 현대모비스 마북기술연구소에서 라이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가 요구하는 신뢰성을 충족시키면서 양산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대량 생산 시 제품 간 품질 차 최소화가 관건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출시를 앞둔 차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