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克日' 1년 반, 공급 안정 넘어 세계시장 노린다…"韓, 글로벌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본격 추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이 잇달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을 대비해 마련한 '소부장 2.0 전략'과 시너지를 내며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정부는 올해 국내 소부장 산업 전반에 연대와 협력 기반 선순환 생태계를 확산시켜 미래 시장 주도권 선점에 가속을 붙일 방침이다.

정부는 2019년 8월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브리핑을 했다. 자료:전자신문 DB
정부는 2019년 8월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브리핑을 했다. 자료:전자신문 DB

◇소부장 자립화 1년 반…일본은 없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불화수소, EUV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를 개별 수출 허가 품목으로 전환하는 기습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 수출을 가로 막아 경제적 타격을 입히려는 시도다.

현재 일본이 지정한 수출규제 3대 품목은 안정적으로 수급 요건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를 산업 경쟁력 강화 계기로 전환하기 위한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며 즉각 대응에 나선 결과다.

솔브레인은 12N급 고순도 불산액 생산시설을 2배 확대했다. SK머티리얼즈는 5N급 고순도 불화수소가스 양산에 성공했다. EUV레지스트 부문에서는 유럽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한편 미국 듀폰, 일본 TOK의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불화폴리이미드 양산 설비를 구축해 현재 중국에 수출 중이다. SKC는 독자 기술을 확보, 생산 투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신속한 기술개발 지원에 기업의 대체소재 투입이 이어지면서 위기를 넘겼다.

정부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100대 품목을 선정해 수입처 다변화와 품목별 재고 확충을 추진했다. 23개 기업의 국내 신규 생산시설 구축과 우리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성공사례도 이끌어냈다. 이후 GVC 재편 대응을 위해 핵심품목을 전세계 대상 338개+α로 확대했다.

일본 수출규제 직후 2019년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지원된 25개 품목 중 23개 품목에서 시제품이 개발됐다. 총 434건에 달하는 특허가 출원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9년 추경부터 지난해까지 약 2조원을 투입해 현재까지 100대 품목 중 총 85개 품목에서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올해부터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 등이 순차로 양산에 돌입한다.

79개 수요·공급기업 등이 참여하는 22건 협력모델도 진행중이다.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2137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및 전용 트랙으로 정책 자금을 제공한다. 인력·환경 분야 등 규제에 특례 혜택을 제공하는 등 범부처 차원의 강력한 지원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소재·부품·장비 으뜸기업 비전 선포식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 자료:전자신문DB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소재·부품·장비 으뜸기업 비전 선포식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 자료:전자신문DB

◇韓 소부장, 세계를 노린다

기술 경쟁력을 갖춘 우수 소부장 기업을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한 담금질도 계속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 달 발표한 '소부장 으뜸기업' 22개사가 대표적이다. 과제당 연 50억원 규모 전용 R&D 프로그램 신설하고 공공연구원의 사업화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한다.

소부장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8626억원 규모 펀드도 조성했다. 산업부는 현재까지 소부장 개발 프로젝트 4건 등에 총 3564억원 투자를 완료했다.

첨단산업 투자유치 부문에서도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해외에서 국내로 사업장을 옮기는 소부장 '유턴 기업'은 작년 18개로 연간 최다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과거와 달리 대기업, 중견기업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초경량 차량 부품, 포토레지스트 원료 등 첨단 산업 분야 기업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등 질적으로도 큰 개선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래 소부장 시장 선점한다

정부는 올해 핵심품목 공급망 관리를 위한 빅3(반도체·바이오·미래차) 등 차세대 기술 개발 R&D에 2조2000억원을 집중 투자한다. 저탄소·친환경이라는 미래 산업 트렌드에 최적화된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데이터 활용 플랫폼도 구축한다.

소부장 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올해 22개사를 우선 선발한 으뜸기업은 2024년까지 총 100개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125억원 규모 강소기업 전용 R&D를 신설하고 20억원 상당 강소기업 주도 벤처투자기금도 조성한다.

생태계 전반에 연대와 협력을 확산하는 데도 속도를 낸다. 수요·공급기업 협력 모델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하고, 공공기관의 우수 소부장 우선구매, 수요 예보제 등을 도입한다. 실질적 수요가 발생하는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다.

100대 핵심전략품목을 실증하기 위한 테스트베드 확대에는 1546억원을, 신뢰성향상과 양산평가 지원 강화에는 620억원을 각각 쏟아붓는다.

우리나라를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진다. 뚜렷한 유치전략과 실질적 '당근'을 앞세워 글로벌 첨단산업의 공장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이 달 지정 예정인 '소부장 특화단지'를 위한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또 첨단투자지구를 도입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부처합동으로 운영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첨단산업 분야에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5년 간 보조금 등으로 1조5000억원 규모 재정 지원을 추진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1년 6개월 간 국민과 기업의 노력으로, 계속되는 공급망 충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것은 물론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글로벌 소부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모든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