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 소속 김정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글로벌전략연구소장)가 디지털 변혁과 코로나19가 촉발한 기술 변곡점에 직면한 현재, 우리나라의 갈 길을 담은 저서를 내놨다. 지금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퍼스트무버'로 급성장할 적기라는 주장을 '공학의 미래-문명의 대격변, 한국 공학이 새롭게 그리는 빅픽처'에 담았다.
김 교수는 책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이 사회·문화·기술적인 문명 교체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한다. 급속히 발전하는 디지털 공학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실업·빈곤·교육 및 디지털 격차·고령화 문제 등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디지털 공학의 기초인 수학 원리, 4차 산업혁명 속에서 급속하게 발전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컴퓨터·반도체 기본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제시하고, 미래 인재상 및 대한민국 발전 전략까지 책에 담았다.
또 창조성과 원천성이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고 꼽았다. 이제부터라도 정해진 이론과 방정식이라는 규칙을 넘어 과감히 두드리고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공학은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라는 말로는 애플·구글·아마존·MS·테슬라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혁신과 변신을 설명할 수 없다”며 “창조성은 단단한 편견을 넘어 열린 마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도전의 동반자는 AI·빅데이터·클라우드·반도체 기술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또 인간의 욕망이 향하는 방향을 제대로 간파해 '디지털 융합 기술'을 추구할 때 살아있는 공학을 이룰 수 있다고 밝힌다.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수학, 인간의 마음을 읽는 인문학, 영역을 넘어 소통하는 융합의 기술이 필수라고 말한다. 또 우리나라 공학이 뿌리 깊은 '공학적 도그마'에서 벗어나 융합적이면서도 실용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융합을 통해서만 창조적이고 원천적인 연구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연구 주제 목표를 상당 부분 SCI 논문 등재로 설정해 의미 있는 성과를 성취해내기 어렵고, 실제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확신이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김 교수는 이 책에 미국 유학 시절 겪었던 일, 무선 배터리 충전 개발에 얽힌 일화, AI과 반도체 개발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 수학의 아름다움과 유용성, 디지털 공학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KAIST에서 후학을 길러내며 느꼈던 인재 육성에 관한 소회 등 이야기를 담았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