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중재부가 지난해 12월 2019년식 벤츠 S350 4매틱 차량의 결함을 인정하고 처음으로 교환 명령을 내려 해당 기업이 소비자와 신차 교환 절차를 진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형 자동차 레몬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유의미한 판정이었다.
과연 차량 교환은 첫 사례였을까. 심의위 중재 접수 현황 자료를 분석하면 2019년 79건이던 중재 접수 건수는 지난해 668건으로 급증세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교환은 18건(판정 1건 포함), 환불·화해가 29건(화해 5건 포함), 추가 수리가 53건으로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제도가 심의위의 고군분투 속에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판정을 통한 교환이 1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을까.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가 우리나라에 최근 도입된 제도이고, 국민이 중재 제도나 문화에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관련 법 제도 역시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동차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 이내)에 동일한 하자가 2회 이상, 일반 하자가 3회 이상 재발할 경우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국토부는 지난 2018년에 잇달아 발생한 BMW 화재 사고 등을 계기로 2019년 1월부터 자동차 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 규칙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원동기와 동력전달장치, 조향장치, 제동장치 결함을 중대 결함으로 판단한다.
심의위 중재부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예방하고, 발생된 분쟁을 중재와 조정을 통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하고 있다. 중재 과정에서 중재부의 노력으로 소비자와 제조사 간 상호 협의를 통해 교환이나 환불 조치가 이뤄진 경우도 다수다. 이는 중재 판정이 내려진 것보다 더 신속하고 간편하게 분쟁을 해결하는 사례로 더 큰 의미가 있다.
심의위 중재부는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나 교수, 소비자 보호 전문가, 자동차 엔지니어 등의 3명으로 구성된다. 더욱 합리화하고 객관화한 결론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리콜 제도 혁신 방안으로 추진된 자동차관리법이 다음 달 5일부터 시행된다. 차량 화재 등 중대한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함에도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차량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 제작사에 신속한 시정 조치를 요구하도록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자동차 제작사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자동차 제작사가 차량 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거짓으로 공개하는 경우 해당 차종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늑장 리콜을 하는 경우에도 현재 매출액의 1%인 과징금을 3%까지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제작사가 결함을 알면서도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아 생명, 신체 및 재산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의 5배 이내에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징벌성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자동차 제조사 건물 앞에서 벌이던 소비자들의 1인 시위가 사라졌다. 이처럼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제도의 도입과 운영은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제시한다.
하성용 중부대 자동차시스템공학과 교수 hsy13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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