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이제는 전자금융거래법이다. 연금자문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자에 이 3종의 법은 혁신금융 3법에 해당한다. 신용정보법이 개인신용정보 활용 기반,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금융 상품의 제3자 자문·중개 및 소비자 보호 기반을 각각 마련했다면 완결판인 전자금융거래법은 결제계좌 도입과 지급 지시 기능 개방을 통해 신 금융서비스 출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우리는 전통의 금융회사가 자사의 금융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데 익숙했다. 제3 자가 자문·판매를 대신하더라도 금융회사 입장에서 유리한 금융 상품을 밀어내기식으로 판매한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혁신금융 3법은 이러한 금융서비스 제공 행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금융 상품 선택의 주도권이 판매자에서 소비자에게로 환원되는 것이다. 즉 원래의 주인이 권한을 되찾는다는 의미다. 특히 정보 열위에 있던 소비자가 본인의 자산, 지출 습관 등에 대한 종합 분석을 통해 최적의 금융 상품을 추천받아 이를 쉽게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마이데이터와 마이페이먼트 도입이다.
마이데이터를 쉽게 설명하면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정보나 금융상품을 자유자재로 관리할 수 있는 이른바 '포켓 금융' 생태계 도래를 뜻한다.
은행이나 보험사·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금융 정보에 제한 없이 접근이 가능해지고, 금융사는 이 데이터를 융합해 특화된 정보관리나 자산관리 및 신용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카드 거래 내역이나 투자 정보 등을 분석해 파격의 금융 상품을 선보일 수도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개인을 대리해 신용정보를 모아 보여 주고 금융 상품의 비교·분석 및 자문 역할을 한다면 마이페이먼트 사업자는 금융 상품을 손쉽게 변경(가입·해지)하도록 소비자 자금 이체 지시를 대신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새로운 사업자 진입과 상호경쟁 촉진은 금융소비자의 후생 증대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혁신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 침해나 정책 당국 간 이해 충돌 논란이 불거질 수 있지만 금융 산업 간 경계가 소멸되는 와해성 혁신 과정에서 불가피한 진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객 정보비용과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해 마이데이터와 마이페이먼트 사업자가 필요하듯 사업자의 연계비용과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한 중계기관 등 인프라의 효율적 활용 방안 고민도 필요하다.
혁신금융 3법이 정책 목표를 적기에 달성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있는 레거시의 활용을 강조하고 싶다. 레거시는 기존의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SW)로 변화에 반하는 부정의 뜻을 나타내고 있지만 사전의 뜻으로는 '유산'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신용정보, 지급거래 중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적기관이 해당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함으로써 업무 효율화, 이해 상충 방지,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었다. 금융결제원이 대표적 예이며, 신용정보원 등도 분명 긍정적 유산에 해당한다.
혁신금융 3법의 인프라로 이러한 긍정적 유산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금융서비스 혁신이 활짝 꽃피는 오픈파이낸스 시대로의 전환이 앞당겨지길 기대해 본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carpedmb@wealthguid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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