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반도체 허브 도약의 꿈

지난 19일 눈에 띄는 소식이 나왔다. 충남도가 일본 다이킨공업과 올해 첫 외국인 투자 유치 협약을 맺었다는 발표였다. 다이킨공업은 국내 씨앤지하이테크와 합작법인을 설립, 당진 송산2 외국인 투자 지역에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다이킨은 일본에서 고순도 가스를 생산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납품해 왔다. 그러나 당진 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10월부터는 국내에서 가스를 생산, 공급하게 된다. 다이킨공업은 앞으로 5년 동안 약 42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혀 지역경제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한층 공고히 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충남도가 19일 도청에서 다이킨공업과 420억원 규모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충남도가 19일 도청에서 다이킨공업과 420억원 규모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다이킨공업의 투자로 지난 2019년 전격 단행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떠오른다. 당시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전격 규제했을 때 모두가 크게 걱정했지만 이제 상황은 오히려 역전되고 있다. 일본의 조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 하여금 공급망 강화 및 안정화의 필요성을 촉발, 판로를 잃지 않으려는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회사들이 한국에 직접 진출하는 사례를 낳고 있다. TOK는 일본 정부의 규제 대상에 오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PR)를 인천 송도로 옮겨 생산하고 있다.

이런 반전을 끌어낸 배경에는 민·관 합동의 결과겠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 산업이 그만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다. 국내 기업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힘이 없다면 충격은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젠 위기 극복에 그치지 않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발전시켜야 한다. 자국 산업 보호와 코로나19로 요동치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변화 속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