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K-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육성에 속도를 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유망 품목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올해 총 25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한다. 경쟁국을 압도하는 초격차 기술력을 앞세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제2의 D램 신화를 쓰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3차 혁신성장 빅3(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추진회의를 열고 글로벌 K-팹리스 육성을 위한 '시스템반도체 기술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전력 반도체, 차세대 센서, AI 반도체 등 시스템반도체 유망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총 2500억원 규모의 R&D 지원이 골자다. 팹리스 성장 지원, 유망 시장 선점, 신시장 도전을 올해 3대 R&D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반도체 등 미래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선제 투자로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국내 산·학·연 역량을 총결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매출 1000억원 이상 글로벌 K-팹리스를 늘리기 위한 챌린지(도전)형 R&D를 신설한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짙은 팹리스의 전략제품 개발을 자유 공모 형태로 지원한다. 올해 △지속적 R&D 자체 투자 가능성 △기술 독창성 △시장 진입 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해 총 4개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기업당 향후 3년 동안 55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중소 팹리스 창업과 성장을 위한 R&D 지원에도 나선다. 올해 빅3 분야 창업기원 지원, 혁신기술 개발, 상용화 기술 개발에 194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미래 유망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차세대 전력 반도체 및 센서 관련 R&D 강화에도 속도를 낸다. 미래차 핵심 부품인 전력 반도체 등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추진을 성공시키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존 실리콘(Si) 대비 효율이 높은 실리콘카바이드(SiC) 및 질화갈륨(GaN) 반도체 부문에서는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정부 R&D를 지속 지원한다. 주력 산업의 데이터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미래선도형 차세대 센서 R&D 지원, 센서 제조혁신 플랫폼 구축, 실증 테스트베드 설립 등을 위해 총 5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성장 가능성이 짙은 AI 반도체 산업에도 도전한다.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에서 성과를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해 831억원(82개 과제) 규모의 R&D 지원을 올해 1223억원(117개 과제)로 확대한다. 미래 컴퓨팅 시장을 겨냥한 메모리·프로세서통합(PIM) 기술 선점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예타사업도 추진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조원 규모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프로젝트에 이어 올해 차세대 센서, 신개념 AI 반도체 등 대규모 R&D 3대 프로젝트를 마련한다”면서 “정부와 민간이 긴밀하게 협력해 2030년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