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디스플레이' 패널을 TV에 탑재하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액정표시장치(LCD) 공급을 연장한다. LCD가 필요한 삼성전자와 QD디스플레이 패널 고객사가 필요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이해관계가 일치, 성사됐다. 특히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의 전격 합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에 힘입어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QD디스플레이 상용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TV 제조사이고, QD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다. QD디스플레이 상용화에 힘이 더해지게 되면서 LCD 사업 철수로 위축이 우려되던 국내 대형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이 다시 강화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QD디스플레이 상용화 및 LCD 공급 연장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QD디스플레이 패널을 자사 TV에 채택하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3월 중단하려 한 LCD 생산을 연말까지 연장해 삼성전자가 필요로 하는 물량을 납품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 사장과 최 사장은 최근 이 같은 내용으로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세부 후속 업무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한 사장과 최 사장이 QD디스플레이, LCD 상호구매 및 공급을 약속했다”면서 “한 사장이 먼저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QD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로 낙점한 기술이다. LCD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화함에 따라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 방향을 QD로 전환하고, 오는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 생산 시설 구축과 연구개발(R&D)에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충남 아산에 초도 3만장(8.5세대) 규모의 QD디스플레이 양산 라인(Q1)을 구축했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QD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세계 처음 시도되는 기술인데다 경쟁 기술보다 단가가 높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상황이 달라진 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지나면서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상호협력 필요성이 커지면서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초 지난해 말 LCD 사업을 완전 철수하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TV 수요가 폭발했다. 공급 과잉이던 LCD는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에 따라 3월까지 LCD 생산을 연장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TV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LCD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생산을 중단할 경우, 삼성전자의 패널 수급은 더 불안해진다. 특히 LCD는 중국이 주도권을 잡아 CSOT와 같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100% 의존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에 따라 패널 수급 안정화를 위해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올해 말까지 LCD 생산 연장을 제안하고, 동시에 QD디스플레이 패널 채택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철수 계획을 수립한 상태였지만, QD디스플레이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양사가 합의에 이르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 8-2 라인에서 LCD를 연말까지 양산·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QD디스플레이 패널의 품질, 수율, 양산 능력 등을 끌어올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부터 QD디스플레이로의 사업 전환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신년에 맞춰 QD디스플레이 TV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