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보급 1만대 돌파 불구 충전소는 73기 그쳐

수소차, 지난달 기준 1만1085대 판매
충전소는 142대당 1기꼴…태부족
국산 부품 적고 코로나로 수입 차질
기초지자체 '부지 인허가 기피' 걸림돌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 수소충전소.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 수소충전소.

국내 친환경 수소차 판매가 1만대를 넘어섰지만 충전 거점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구축이 더딘 데는 핵심 부품 국산화율이 낮고 충전소 구축과정에서 인허가를 맡은 지자체의 미온적 태도가 한 몫 한다는 지적이다.

7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소차 판매는 5843대를 기록했다. 1월 말 기준 누적으로 1만1085대가 판매됐다. 2018년까지 누적으로 908대가 팔린 것을 고려하면 초고속 성장세다. 2년 만에 1만대가 넘게 팔렸다. 이는 초기 전기차 판매 속도를 크게 앞지른 것이다. 전기차는 2013년 1464대를 판매한 이후 1만대를 파는데 4년이 걸렸다. 그야말로 수소차 시대가 성큼 다가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수소차 보급 1만대 돌파 불구 충전소는 73기 그쳐

하지만 기반 인프라는 열악하다. 전기차는 17만대가량이 팔렸고 충전소는 6만4622기가 깔렸다. 완속과 급속을 통틀어 차량 3대당 1기 꼴이 보급됐다. 반면에 수소 충전소는 전국에 73기에 그친다. 142대에 1기 꼴이다. 차량 판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수소차 충전 속도가 전기차에 비해 최소 2~3배 빠르고 한번 충전에 먼거리를 가더라도 수소차 충전 불편으로 인한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수소충전소 구축이 더뎌지면 수소차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환경부는 100기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소충전소 구축에 1년이 넘게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업계는 이처럼 수소차 충전기 구축 속도가 더딘 것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인허가와 부품 공급 차질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소충전소 핵심부품으로는 압축기, 냉각기, 디스펜서, 저장용기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 가운데 현재 국산화를 이룬 것은 압축기와 냉각기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아직 시험단계다.

수소주입 때 주입시간을 결정하는 주요 부품인 압축기는 가장 비싼부품으로 주로 독일과 미국 제품이 사용된다. 저장용기는 미국과 이탈리아, 냉각기와 주유를 위한 디스펜서는 일본과 미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국산화율이 낮아 해외에서 제품을 들여와야 해 시간이 소요된다”며 “부품에 문제라도 생기면 해당국 기술진을 모셔와야 하는데 코로나19로 14일 자가격리를 거쳐야 해 구축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 독일로부터 조달한 충전소 압축기 고장으로 인한 운영 차질로 광주 동곡충전소, 경부선 안성충전소는 196시간 동안 가동에 차질을 빚었다.

수소차 보급 1만대 돌파 불구 충전소는 73기 그쳐
수소차 보급 1만대 돌파 불구 충전소는 73기 그쳐

게다가 전세계 각국이 수소 충전소 구축에 나서면서 부품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유럽, 중동국가가 저마다 수소충전소 구축에 나서면서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도 압축기, 냉각기, 디스펜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제품 개발에 성공해도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마땅한 테스트베드가 없기 때문이다. 가스안전공사에서 수소제품 상용화 테스트베드인 '수소용품검사지원센터'를 구축중이지만 이제 겨우 공고를 낸 상태다. 내년에나 완공된다.

부지 확보도 충전소 구축에 걸림돌이다. 현재는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해선 구청·읍사무소 등 기초지자체 인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 주민은 위험 시설로 인식해 기피한다. 주민과 밀접한 기초지자체에서는 민원인 불만에 인허가를 제대로 내주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충전소 기획과 설계, 구축 등을 포함한 과정에는 1년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인허가 문제만으로 5~6개월이 소요된다”며 “정부가 목표한 대로 추진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허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은 하반기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충전소 설치계획 승인을 기초지자체 허가를 받지 않고 중앙정부가 인허가를 추진하는 것을 추진중”이라며 “이르면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표>친환경차 연도별 보급실적

<자료:국토교통부>

<자료:국토교통부>

수소차 보급 1만대 돌파 불구 충전소는 73기 그쳐

수소차 보급 1만대 돌파 불구 충전소는 73기 그쳐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