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공존하는 두 번째 해가 시작됐다. 미국,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얼마나 더 지나야 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촉발한 경기 충격으로 말미암은 고용 한파가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2월 취업자는 2652만6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62만8000명 줄었다.
이러한 시기에 근로자 직무역량과 고용시장을 이어 주는 국가자격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자격은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지식·기술 등 근로자 직무역량을 객관화해서 나타내는 신호 기제다. 고용시장에서 객관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 국가기술자격시험에 응시한 수험자는 약 314만명에 이른다. 국가기술자격이 취업·진학·생업 등 국민 일자리와 밀접하게 연계된 만큼 많은 수험자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미증유의 코로나19로 국가기술자격시험 운영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높은 수요를 학교 등 외부시설을 임차한 지필·대면 방식 시험만으로는 충족시키기가 어려웠다. 더욱이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대규모 인원이 한자리에 모여야 하는 자격시험을 안전하게 시행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 수험자 간 거리 두기 확보 등 수험자 밀집도를 낮춰서 안전한 수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나아가 공단은 코로나19와 공존해야 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국가기술자격시험에 디지털·비대면 기술을 접목하는 등 난관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첫째 시험 방식 변화다. 기술사 면접시험에 언택트 기술을 도입, 최초로 영상 면접시험을 시행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수험자 안전을 위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했다. 수험자뿐만 아니라 시험위원의 안전도 확보했다. 산업기사 필기시험 54개 종목을 기존 지필시험(PBT) 방식에서 컴퓨터기반시험(CBT) 방식으로 전면 개편했다. 디지털 기술 접목을 통해 코로나19로 가중된 시험장 임차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등 국가기술자격시험 시행 효율화 여건을 마련했다. 이렇듯 비대면·디지털 방식으로의 시험 방법 개선은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함께 응시 기회 확대 등 수험자 편의 증진에도 기여했다.
둘째 자격증명 방식 혁신이다. 블록체인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에 국가기술자격증을 담았다. 지난해 11월부터 공공 플랫폼인 '정부24'에서 국가기술자격 전자증명 발급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장형자격증 발급·제출 등 국가기술자격증을 모바일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올해 1월부터는 민간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통해 모바일 자격증명 서비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언제 어디서든 네이버·카카오 계정을 통해 자격증을 내려받고, 필요할 때마다 활용할 수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민간 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자격증은 정보처리기사, 한식조리기능사 등 국가기술자격 495종이다. 향후 공인중개사, 세무사 등 국가전문자격증도 추가할 계획이다.
새로운 혁신과 도전은 '위기'의 돌파구다. 코로나19로 인해 촉진된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으로 디지털 국가자격시험검정 서비스도 확대해야 한다. 장기로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으로 자격시험의 시공간 한계를 극복하는 스마트 시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나아가 자격증 신청부터 제출까지 모든 과정을 종이 서류 없이 처리하는 자격증명 페이퍼리스 시대로의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코로나19의 긴 터널 속에서 혁신의 불을 밝혀 신축년 새해에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국가기술자격제도로 발전하길 희망한다.
우봉우 한국산업인력공단 능력평가이사 woobyss3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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