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초래한 일자리 충격은 엄청났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20년 국내 취업자는 약 2690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22만명 줄었다. 실업자는 약 111만명으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프리랜서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일자리가 타격을 받은 상황이어서 실제 충격은 더 클 것이다.
1월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용 로봇 보급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로봇침투도(실제 1000명당 로봇 보급 증가폭과 해당 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만큼 성장했다고 가정할 경우의 1000명당 로봇 보급 증가폭 간 격차)가 1단위 상승할 경우 해당 산업의 종사자 증가율은 0.1%포인트(P) 하락하고 실질임금 상승률은 0.3%P 낮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즉 산업용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뿐만 아니라 임금 상승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는 생계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사회안전망이다. 일자리의 급격한 상실은 빈부 격차를 벌린다. 빈부 격차는 경제 성장이 눈부실수록 커지고, 빈곤층의 누적된 박탈감은 경제 성장이 정체될 때 폭발한다.
성공한 사람은 막대한 부를 누리지만 길거리에는 노숙자가 늘고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일자리를 잃은 빈곤층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는 정치의 당면 과제다.
옛 로마의 그라쿠스 형제는 부유층이 소유한 토지를 몰수하고 세금을 높여 빈곤층을 구제하려 했다. 그러나 부유층의 격렬한 반대가 이어졌고, 그라쿠스 형제는 암살당했다. 이후 빈곤층 구제는 부유층 자신의 문제가 됐고, 빈곤층을 자신의 군대에 취업시켜서 해외 정복 또는 해외 상단 보호를 위해 활용했다. 투입 비용 대비 남는 장사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실업률은 낮아지고 사회는 안정됐지만 빈곤층에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업무였다. 물론 소수이지만 그 과정에서 카이사르 같은 성공한 군인정치인이 나오기도 했다. 그라쿠스 역사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부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방법은 신규 일자리 창출이라는 것과 그 일자리가 야기하는 안전상의 위험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국가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는 지금 일자리에 관해 몇 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첫째 AI가 일자리를 줄이는가. 지난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은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최대 710만개 일자리가 줄고 200만개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치며 얼추 비슷한 방향을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추세가 멈칫하면서 단순노무직 중심으로 로봇 등 기계로의 대체가 증가하고 있다. 커피를 제조하는 로봇이나 대형 쇼핑몰에서 보이는 로봇 안내기, 무인 편의점 등은 신기하면서도 걱정거리를 더하고 있다.
둘째 AI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 총량을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가 가져오는 경제 구조의 긍정 변화를 고려한다면 단순노무직의 대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직종 전환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해 대체가 서서히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고, 심리 불안감을 줄이는 다양한 정보 제공이 필요해 보인다. 데이터 분석가, 알고리즘 전문가, AI기술 교습가 등 AI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신규 직종을 고도화하고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AI 관련 교육도 중요하다. 전혀 다른 직종에서 AI 직종으로 옮기는 건 어렵다. AI 주변 직종에서 AI 직종으로 쉽게 옮길 수 있도록 업무와 교육을 병행해 '유사 인접 직종 간 옮겨 가기'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부터 AI 기술 습득, AI 활용 예절 등 다양한 교육을 기초·심화 등 단계별로 시행해야 한다. 교육 지원은 정부와 학교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임직원을 뽑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업이 적극 나서면 좋겠다.
구인·구직 플랫폼을 활성화해 AI 직종 소개, 필요한 자질과 능력, 소지해야 할 자격증 등 정확한 정보 제공도 중요하다. 네트워크형 로봇, 자율주행 등 AI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과 신체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술 기준 등도 정비해야 한다. AI가 일자리를 실제 줄이고 있는지의 문제보다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이 일자리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AI-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