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첫 전용 플랫폼을 장착한 전기차 '아이오닉5'가 택시 버전으로 국내에 출시된다. 지금까지 전기택시는 뒷자리가 좁아 상품성이 떨어졌지만 '아이오닉5'는 이전의 개조형 전기차와 달리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싼타페 수준의 탑승 공간을 확보했다.
현재 택시용 크기로 활용이 가능한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S' '모델X' 정도지만 이들 차량의 가격은 '아이오닉5'보다 두 배 비싼 1억원이 넘는다. 아이오닉5 택시 버전은 일반 차량에 비해 일부 기능을 빼면서 가격은 약 10% 저렴하고, 정부 추가 보조금(200만원)도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쉽게 접근하지 못한 택시 운송 분야에서도 새로운 전기차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6월 '아이오닉5' 택시 버전을 출시한다. 현대차는 오는 23일 오후 4시 아이오닉5 공개 행사를 세계 최초로 열고, 25일 오전 10시부터 사전 계약을 받는다.
택시 버전은 다른 차량 출시보다 2개월 늦은 6월에 출고를 시작한다. 4월 중순 롱레인지 이륜(2WD), 5월 중순 사륜(4WD)을 출시한 뒤 일반형과 함께 택시 버전도 출시키로 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첫 전기차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축 간 거리)는 3000㎜로, 팰리세이드(2900㎜)보다 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택시로 활용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일렉트릭' 등은 내연기관 차량을 기반으로 한 개조형 전기차였다. 플랫폼 한계로 2열 공간 확보에 제약이 컸다.
반면에 아이오닉5는 엔진을 비롯한 내연기관차 부품이 상당 부분 없어지면서 공간 활용성이 크게 높아졌다. 택시 특성상 1열 보조석을 앞으로 당기면 더 넓은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5 국내 물량을 2만6500대로 설정하고, 이 가운데 약 40%를 법인 대상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용 시장이 주요 공략 대상의 하나다.
택시 버전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더 많은 아이오닉5 체험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택시업계가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제도 지원도 마련돼 있는 등 상황은 긍정적이다. 택시회사를 포함한 민간법인은 오는 2025년 또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 100% 전환 계획을 세우면 환경부로부터 전기차 보조금 우선 지원은 물론 충전기 설치 예산까지 지원받는다.
국내 택시등록 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25만1083대다. 대체로 충전기 보급이 빠른 서울·경기지역 택시는 10만9568대에 이른다.
아이오닉5 택시 버전 가격은 5000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앞서 테슬라는 국내 롱레인지 '모델3' 가격을 599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아이오닉5' 롱레인지 버전을 판매할 공산이 크다.
택시 버전은 일부 첨단·편의 기능을 뺀 형태여서 더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오닉5은 측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1열 좌우 측에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지만 택시 버전에선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메라 가격만 약 15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또 차량간전기공급(V2L) 등 부가 기능을 제외, 단가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하를 고려할 때 반자율주행을 위한 여러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능과 일부 편의 기능도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다른 자동차도 택시 버전에는 적응식정속주행(ACC)·차로유지보조시스템(LKAS) 기능과 전동시트, 통풍시트 등 기능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하지 않고 옵션으로 제공한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