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하라.”
지난 2000년 개봉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서 주인공인 11살 트레버가 사회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숙제다. 트레버는 한 사람이 3명에게 도움을 베풀고, 도움을 받은 세 사람도 각자 3명에게 도움을 베풀자고 제안해서 이를 실천한다.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서로를 향한 도움의 손길이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각지에서 기적과 같은 도움의 소식들이 들려오며, 영화 제목처럼 아름다운 세상이 됐다.
앞에서 소개한 영화의 영어 제목은 '페이 잇 포워드'다. '도움을 베풀다'라는 뜻이다. 트레버가 제시한 방법처럼 도움 받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갚는 것이다. 단순히 도움 받은 것을 도움 준 사람에게 되갚는다는 '페이 잇 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다. 실제 페이 잇 포워드 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200만여건이 태그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소비자인 국민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직원 없이는 사업이 유지될 수 없다. 또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 혜택도 받고 있다. 중소기업은 도움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도움을 되갚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고용 창출과 성실한 납세로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준다. 이렇게 확충된 재정으로 국가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서 모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중소기업계가 페이 잇 백에서 더 나아간 페이 잇 포워드를 하기 위해서는 기업 본연의 업무에 충실함은 물론 사회를 위한 공헌 활동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는 주로 대기업만 참여하던 사회공헌을 중소기업계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주로 전국의 열악한 복지시설 후원과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으며, 사회 책임을 다하려는 중소기업인들이 기부한 물품도 지원하고 있다.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종사자와 자녀 대상으로 희망드림장학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의료비 지원도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매출이 줄고 경영난을 겪은 지난해에는 오히려 기부금이 전년도 대비 40% 증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위기 상황에 맞는 적재적소의 지원도 확대했다. 지난해 3월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산 때 긴급 방역물품을 전달했으며, 여름에는 집중호우로 피해가 심각한 30개 지방자치단체 수재민을 돕기 위해 긴급 재난구호물품을 전달했다. 단순한 기부를 넘어 의미를 더한 상생을 위한 활동도 이어 갔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과 결식아동을 함께 돕기 위해 지역 식당에서 만든 도시락을 구매, 개학 연기로 결식 위기에 처한 아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물론 개별 중소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직접 참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이 중기사랑나눔재단을 통해 사회공헌에 참여하고 있다. 비록 사회공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중소기업계 스스로 사회공헌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심을 두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그 영향력은 시간이 지난 후에 알 수 있다. 영화 주인공인 트레버는 혼자 시작했지만 대한민국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적극 나선다면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중소기업계가 '페이 잇 포워드'에 적극 나설 때다.
심승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simsi14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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