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퍼포먼스 머티리얼즈 사업부가 '일렉트로닉스'로 이름을 바꾼 것은 머크가 전자 소재 기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명확하게 나타낸 것입니다. 이 전략 아래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지난 10월 한국머크 대표로 선임된 김우규 대표는 회사의 미래 전략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독일 소재기업 머크는 지난 5일 회사 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퍼포먼스 머티리얼즈 섹터의 이름을 일렉트로닉스로 변경했다. 산업 전반에 필요한 기능성 소재 개발보다 머크가 자신 있는 전자 산업에 특화된 소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업계에 공표한 사례다. 그간 버슘머트리얼즈, 인터몰레큘러 등 다양한 소재 기업을 인수하면서 전자 소재 제품군을 늘리고, 각종 장비와 서비스 분야에 진출한 것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김 대표는 “이번 명칭 변경으로 머크의 미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러한 머크의 기조 아래 김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머크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적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를 보유한 국가인 만큼, 국내 주요 고객사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면서 머크 기술의 우수성까지 증명해낸다는 전략이다. 또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사태 이후 국내에 불고 있는 설비 현지화 분위기에 맞춘다. 지난 몇 년간 진행해온 생산라인 증설도 활발히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머크의 극자외선(EUV)용 린스액 생산 설비 구축 계획이 주목된다. 린스액은 반도체 회로 모양을 빛으로 웨이퍼 위에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노광 공정 후 각종 찌꺼기를 씻어내는 액체다.
회사는 EUV 공정을 도입한 고객사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EUV용 린스액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국내에 생산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김 대표는 “머크가 반도체용 린스액 생산 설비를 국내에 들이는 것은 처음”이라며 “연내 이 라인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50억원을 투자한 경기 평택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라인 증설 작업도 순조롭다.
OLED 패널에 쓰이는 소재를 깨끗하게 정제하는 라인으로, 이 역시 국내에 처음 들이는 설비다. 김 대표는 조만간 가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머크가 지난해 개소한 한국 첨단기술센터(K-ATeC)도 설비와 인력 투자를 점차 늘릴 예정이다. 김 대표는 “현재 주력 연구 분야인 화학기계연마(CMP) 소재 개발 외에도 반도체 전(全) 공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연구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국내 소재기업 솔립테크와 차세대 OLED 디스플레이 소재를 협력 개발한 사례처럼,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놓으면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머크에서 23년 이상 근무하면서 소재 연구개발, 마케팅 등 다양한 임무를 맡아온 베테랑이다. 그는 그간 쌓은 네트워크와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 머크 본사와 한국 기업 사이의 소통을 극대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머크와 한국 시장 사이에 있는 장벽을 없애는 역할을 하면서 머크만의 전자 소재 기술과 정체성을 국내 시장에 전달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