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자동차 하드웨어(HW) 부품에 이어 소프트웨어(SW)까지 강화하며 전장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전기차 파워트레인과 차량용 조명에 이어 또 다른 퍼즐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합작사가 오는 15일 출범한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합작사는 LG그룹 내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과 함께 차세대 먹거리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룩소프트 합작법인 알루토가 15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한다. 막바지 조직 구성이 한창인 가운데 LG전자 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전문가가 대거 합류할 예정이다.
LG전자와 룩소프트의 조인트벤처(JV)인 알루토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두고 출범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전문 기업이다. LG전자가 개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웹OS 오토'를 기반으로 △디지털 콕핏 △뒷좌석 엔터테인먼트시스템(RSE) △헤드 유닛 △지능형 모빌리티 시스템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출범이 가시화하면서 인력 구성도 막바지를 치닫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LG전자 인포테인먼트 전문가가 대거 합류한다. 우선 최고전략책임자(CSO)에는 지난 2013년 웹OS 인수와 연구개발(R&D)을 주도한 김주영 팀장이 내정됐다. 동시에 LG전자에서 다양한 웹OS 오토 프로젝트를 진행한 전문가들도 합류할 예정이다. SW 엔지니어링과 글로벌 영업망에 강점을 둔 룩소프트 인프라를 활용, 실질적으로는 LG전자가 사업전략 및 R&D 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알루토 출범은 LG전자가 전장 분야에서 HW뿐만 아니라 SW에 기반을 둔 플랫폼 사업까지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사용하는 기기와 연동해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 이 영역의 기반이 되는 것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이다. LG전자는 웹OS 오토를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LG전자 VS(차량용솔루션)사업부 인포테인먼트 부문 매출은 2018년 2조9325억원에서 지난해 3조6452억원으로 24% 성장했다. 웹OS 오토를 필두로 디지털 콕핏, 텔레메틱스(TCU), 오디오비디오네비게이션(ANV) 등이 주력 상품이다.
LG전자뿐만 아니라 LG그룹 전장사업에 시너지가 예상된다. LG전자는 7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엘지마그나이파워트레인'의 설립을 앞뒀다. 매년 50% 가까이 성장하는 전기차 부품 영역 공략을 강화, 새로운 매출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전장사업의 또 다른 축인 차량용 조명시스템 업체 ZKW도 향후 3년 주문량을 조기 확보하는 등 고속 성장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업의 경쟁력은 인포테인먼트 사업 확장에도 긍정 요소로 작용한다.
LG그룹의 자동차 관련 사업 비중은 급증했다. 전기차 배터리(LG화학), 차량용 모터·통신모듈(LG이노텍), 차량용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각 영역에서 선전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4.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20.4%로 처음 선두에 올랐다. LG전자와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LG전자는 올해를 전장사업 흑자 전환 원년으로 보고 있다. 3년 동안 연평균 30% 이상 매출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부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알루토 등을 통해 SW 분야 경쟁력 확보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은 웹OS 오토와 같은 플랫폼이 핵심이다. 완성차 업체는 자체 개발로 HW와 SW 주도권 모두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활용해 지배력을 높이고 있고,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도 안드로이드 기반 플랫폼 장악력을 활용한 잠재력 있는 경쟁자다.
LG전자는 △기존 인포테인먼트 사업 경쟁력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기업과의 협업 △캐딜락, 재규어 랜드로버 등 완성차 업체 공급 실적 등을 토대로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가전과의 연결이 필수인 상황에서 생활가전 시장 지배력과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와의 협업 등도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감도 크다. 증권가는 당장 올해 1분기만 해도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실적(1조9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특히 KB증권은 향후 이동통신(MC) 사업 재편과 VS 사업 흑자 전환이 현실화하면 LG전자 기업 가치는 최대 10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 차원에서 가전, 모바일, 부품을 넘어 새로운 캐시카우가 필요한데 전기차 중심으로 전장사업은 미래가 기대되는 분야”라면서 “그동안 HW 기술 확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SW가 핵심이다. 웹OS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새로운 경쟁력 강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